님을 위한 음악 🌬

#루이즈 파랑크 #Air russe varié

2021. 1. 15.

님을 위한 음악 🌬

<Playing With a Kitten>©️Dorotheum

이번 한 달은 ‘눈의 달’이라고 명명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내내 눈이 내렸어요. 녹을까 하면 내리는 눈❄️으로 눈👀이 즐거웠던 1월, 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GLIT 에디터의 집 앞에는 아직도 며칠 전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어요. 어릴 적에는 눈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요즘에는 출근길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는 걸 보니 현실과 타협한 제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번 레터에서 소개할 <Air russe varié> 는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루이즈 파랑크의 곡으로, 드라마틱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함께 알아볼까요?

⌲ 루이즈 파랑크 (Louise Farrenc)

루이즈 파랑크는 1804년 파리에서 태어난 음악가로, 유명한 조각가였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양질의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어요. 후에 만나게 되는 배우자 아리스티드 파랑크 역시 플루티스트이자 음악학자였다고 하니 루이즈는 평생 예술, 특히 음악과 떼놓을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죠?

루이즈는 과연 피아니스트답게 51개의 작품 중 32개를 피아노곡으로 작곡했어요🤭 그러나 정작 그에게 상과 명예를 안겨준 것은 목관악기를 사용한 실내악곡이었습니다. 플루티스트였던 배우자의 영향 때문인지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악기에도 애정이 남달랐던 루이즈는 실내악곡 <9중주 Nonet>을 작곡하는데요. 이 곡으로 아카데미 데 보자르의 샤르티에 상🏆을 받게 됩니다. 남성 중심적이었던 당시 음악계의 풍토를 고려해본다면 루이즈가 무려 두 번이나 샤르티에 상을 받은 것이 더욱더 놀랍게 느껴지네요! 참고로 이후에 이 상을 받은 또 다른 작곡가로는 세자르 프랑크와 가브리엘 포레가 있답니다.

이처럼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루이즈이지만, 생전에는 음악 출판업자와 음악 교육자👩🏻‍🏫로 더 유명했다고 해요. 그는 라모와 퍼셀이 작곡한 초기 바로크 시대의 곡부터 쇼팽, 멘델스존의 곡 등 낭만 시대까지의 건반 음악을 모아 출판하여 당대 음악학자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죠.

©️92nd Street Y

여권 운동가 루이즈 파랑크 💪🏻

파리음악원 최초의 여성 교수로도 잘 알려진 루이즈는 실력 좋은 음악가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음악원의 남자 교수들보다 훨씬 적은 보수를 받았어요. 그는 평등한 보수를 위해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투쟁했고, 결국엔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9중주 Nonet>의 대성공도 있는데요. 작품을 통해 받은 샤르티에 상과 그에 따른 명예는 루이즈가 다른 평범한 남자 작곡가들과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큰 업적을 이뤄야만 남성과 평등해질 수 있다니, 당시 파리의 여성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네요.

⌲ 19세기 유럽의 피아노 사랑

19세기에는 유독 피아노곡이 많죠? 쇼팽, 리스트 등 피아노곡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의 대부분이 당시에 활동했고요. 여기에는 당시 유럽의 가정용 피아노 가격이 대폭 낮아져 피아노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이 크게 확대되었고, 꼭 귀족이나 왕족이 아니더라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동시에 복잡한 교향곡과 오페라 스코어를 간단한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악보가 인기를 얻어 우리가 잘 아는 슈베르트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가 피아노 편곡집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기도 했답니다😉

루이즈 역시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하는 등 편곡 활동을 했지만, 이것이 주된 레퍼토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유행하던 전형적인 피아노곡과는 다른 방향의 음악을 추구했어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느낌보다는 악기 본연의 느낌🎹 에 충실한 곡을 선호했죠.

⌲ Air russe varié

"작고, 깔끔하고, 간결하다. 윤곽이 확실하고 논리적이며 완성도가 매우 높다. 낭만주의의 미묘한 향기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맴돌아 그들은 이 곡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 R. 슈만 [음악 신보]

한국어로는 ‘러시아 아리아 변주곡’이라는 제목을 가진 <Air russe varié>는 루이즈가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중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곡입니다. 1835년에 작곡된 이 작품은 8개의 변주와 피날레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는 동시대 파리의 화려한 스타일부터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캐논과 푸가 양식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포함되어있어요. 위에서 언급했듯 루이즈는 광범위한 역사 속 건반 음악을 수집하고 출판한 음악 출판업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곡은 루이즈의 음악적 관심사와 오랜 연구가 응축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