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2020. 10. 2.

🌪 #브람스 #피아노 4중주 3번

글리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의 제목이자 요즘 핫한 드라마로 이번 레터를 시작해보려고 해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브람스. 왠지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작곡가 중 한 명이죠🍂 오늘은 그의 <피아노 4중주 3번>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베르테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음악과 브람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팔로팔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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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불어온 낭만의 바람 속에서 브람스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바로 고전과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 것인데요, 그의 이러한 움직임은 낭만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 논쟁, '절대음악 vs 표제음악'을 불러오게 됩니다. 대표적인 절대음악 옹호론자 한슬리크는 그의 저서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에서 "음악 작품은 그 외적인 다른 상황이나 작곡가, 혹은 감상자와의 관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라며 브람스의 음악을 높이 평가했죠👏🏻

그러니까 한 문장으로 간추려 소개하자면 “음악 작품은 그 자체로만 이해되어야 한다 VS 감정, 말과 같은 음악 외적인 것을 음악에 구현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가 될 것 같네요.

매끄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볼게요. 이전에 소개했던 멘델스존의 음악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는 '괴테의 시'라는 음악 외적 요소와 음악을 연결했어요. 그래서 제목을 알고 음악을 들으면 바다를 항해하는 장면을 쉽게 연상할 수 있죠. 반면 이번 레터의 주인공인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3번>은 제목만 보아도 그런 묘사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모습이에요.

🌪질풍노도의 시기, 괴테의 문학

흔히 사춘기를 두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질풍노도 (Strum und Drang)가 독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문학 운동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합리주의와 계몽사상에 맞서 감정과 자연, 그리고 개인주의를 고양했죠.

독일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인데요, 주제부터가 젊은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데다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즉 서간체로 되어있어서 개인의 감정을 아주 내밀히 들여다볼 수 있으니 낭만주의 문학의 결정체 아니겠어요?

1833년,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브람스는 아버지에게 음악교육을 받으며 음악성을 키워나가기 시작합니다. 1853년에는 연주 여행을 다니며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을 만났고, 요아힘을 통해 슈만을 만나죠. 슈만은 브람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악신보』(Neue Zeitschrift für Musik)에 브람스를 칭찬하는 글을 싣고 나아가 악보 출판에도 도움을 줍니다💪🏻

브람스는 “고전적 낭만주의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고전과 낭만이라니! 얼핏 보면 상반되는 키워드 같지만, 브람스에 한해서는 공존할 수 있어요😲 브람스의 고전주의적 성향은 그가 주로 작곡한 음악 장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낭만주의 작곡가의 주 종목인 교향곡과 서곡이 아닌 고전주의 작곡가의 주 종목인 현악 4중주, 피아노 4중주 등의 실내악곡을 즐겨 작곡했거든요. 고전적인 장르에 낭만 시대의 복잡한 화성을 사용했기에 고전적 낭만주의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답니다.

완벽주의자 브람스🤐

🤵🏻: 친구야, 혹시 내가 예전에 너한테 보낸 곡 있으면 나 좀 보내줘…. 없애버리게….

브람스는 당시 음악학자들이 베토벤의 남겨진 악보는 물론이고 아주 조그마한 스케치까지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미숙하다고 생각되는 곡들을 모두 없애버렸어요. 연구를 미리 방지한 거죠.

작품을 꼭 여러 차례 수정하여 완벽한 모습으로만 내놓은 브람스. 그는 교향곡 1번을 쓰는 데에만 무려 20여 년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브람스가 작곡한 총 3개의 피아노 4중주 중에 가장 마지막 작품인 <피아노 4중주 3번>은 사실 가장 먼저 구상한 곡이라고 하는데요, 구상 이후 무려 20여 년이 지난 후에 완성되어 1875년에 빈에서 처음 연주되었어요🤭

이 곡은 긴 시간 동안 그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클라라와 요아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완성되었다고 전해지며 곡에 ‘클라라 주제’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어요. 여기서 클라라 주제란 슈만이 부인 클라라 CLARA 의 이름을 비슷한 알파벳의 “C-B-A-G#-A” 조성으로 바꾸어 쓴 것을 말하는 것이고, 브람스는 이를 3도 위로 그대로 옮겨와서 “E-D-C-B-C”로 활용한답니다.

하나 더! 음악에 붙여진 “베르테르”라는 별칭은 사실 브람스가 붙인 것이 아니에요.

“어떤 남자가 자신에게 총을 쏘려고 하는 모습을 그려 보라... 그리고 이 4중주는 파란 자켓과 노란 조끼를 입은 인생의 마지막 시기의 남자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브람스가 적은 위 문구를 보고 출판사가 별칭을 붙인 것이지요. 그러나 작곡 당시 브람스는 많이 의지했던 스승 겸 동료 슈만의 정신병원 입원으로 심신이 괴로웠었고, 어떤 학자에 따르면 로테의 사랑을 얻지 못해 자살을 선택한 베르테르처럼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러니 그의 삶과 아주 관련 없는 부제는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