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프랑스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Massenet: Thais Meditation

낮은 따뜻하고 밤은 선선한 요즘, 에디터 S는 괜히 클래식한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본 영화 <카페 벨에포크>에서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이 흘러나오자 글리터에게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환상적인 장면의 영화, 그리고 이와 잘 어울리는 곡을 소개하며 레터를 시작해 봅니다.

영화의 제목에 있는 '벨 에포크'란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프랑스가 문화와 예술,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빛나던 시기를 뜻해요. 이 시기 파리의 살롱에는 예술가들과 문인, 음악가들이 모여들었고, 이때 만들어진 음악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죠🏹 여러분들이 잘 아는 라벨이나 생상은 물론, 오프닝 곡으로 소개한 "타이스 명상곡"을 쓴 마스네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들 대부분이 벨 에포크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들이랍니다. 오늘은 이 마스네의 제자이자,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레날도 안과 함께, 그의 예술가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음악과 함께하는 초여름 밤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싶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Main Act:

마지막 낭만주의자, 안

Reynaldo Hahn: À Chloris

영국의 '에드워디안 시대(Edwardian Era)', 미국의 '낙관주의의 시대(The age of optimism)'와 시대적으로 맞물려 있는 벨 에포크🩰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서구 문명은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시절을 누리고 있었어요. 이처럼 첨예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프랑스만의 감성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녹아들었고, 벨 에포크 시대의 음악은 아직도 프랑스를 상징하는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시절을 대표하는 작곡가 레날도 안은 베네수엘라 태생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파리에서 자라,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했어요🥖 자신의 베네수엘라 정체성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당시 프랑스 정부가 예술가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로마 대상' 출전권까지 기권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음악은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요.

오늘의 곡 "클로리스에게(À Chloris)"는 안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예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테오필 드 비오(Théophile de Viau)의 시를 바탕으로 쓰인 이 곡은 '클로리스'라는 여인의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감에 취해서 부르는 노래인데요. 프랑스어로 'á'는 영어의 'to'와 같기에, 'To. 클로리스'와 같이 그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은 곡입니다. 상당히 낭만적이지요? 사실 안은 알아주는 로맨티스트(낭만주의자)였어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아방가르드가 주요 사조로 떠올랐을 때도 그는 끝까지 낭만주의적인 성향을 유지했죠.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그가 작곡한 가곡들이에요. 안은 폴 베를렌, 빅토르 위고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 하나 더! 안이 예술가곡을 많이 남긴 이유는 아마 노래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관심이 큰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체계적인 성악 교육을 받은 그는 당대 여성들이 운영하는 살롱 문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물론, 스스로 성악 공연을 펼치기도 했어요. 아마 그래서 안이 예술가곡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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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의 얼굴들

Reynaldo Hahn: Si mes vers avaient des ailes

벨 에포크 시절의 예술가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곤 했습니다.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뮤즈가 되어주었지요. 레날도 안은 그 덕을 톡톡히 본 장본인인데요. 스승인 마스네, 가브리엘 포레와 같은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와도 막역한 사이였어요👯‍♂️ 프루스트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긴 침체기를 겪었던 것 역시 안이 프루스트를 얼마나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인간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배우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사라 베르나르였습니다

사라 베르나르는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뮤즈이자, 🔗프랑스 연극계의 전설적인 배우였어요. 사라는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사랑’이자, 장 콕토에게는 ‘신성한 괴물’로 불릴 만큼 예술계에 독보적인 존재였죠🧏🏻‍♀️ 그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수많은 공연을 펼쳤고, 🔗알폰스 무하와의 협업으로 아르누보 포스터의 전설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사라는 🔗드레퓌스 사건에서 에밀 졸라를 지지하고,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시대를 앞서간 행보로도 유명했어요.

레날도 안과 사라 베르나르의 관계는 벨 에포크의 예술적 교류와 우정의 상징이었습니다. 안은 사라가 주최하는 파리 살롱에서 그녀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키웠죠. 사라 역시 안의 팬이었고, 둘은 살롱 안에서 우정을 나누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이 사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동료였다는 점이 너무 흥미로운데요. 마지막으로 안이 10대 때 작곡한 "Si mes vers avaient des ailes" 들려드리며 오늘 뉴스레터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