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여름의 다른 말, 보사노바

Quincy Jones: Trouble On My Mind

날이 부쩍 더워진 요즘, 에디터 S의 플레이리스트에 한두 곡씩 보이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보사노바! 재즈의 한 갈래인 보사노바는 리듬의 강조가 잘 느껴지지 않는 '스트레이트' 리듬을 취하고 있어요🕴🏻 재즈에는 크게 두 가지 리듬이 있는데요. 하나가 보사노바로 대표되는 '스트레이트'라면, 다른 하나는 스윙으로 대표되는 '바운스' 리듬입니다. 강약의 대비가 크고, 약간은 절뚝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바운스 리듬을 선호할 수도, 또 스트레이트 리듬을 선호할 수도 있는데요.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콘트라베이스와 드럼 사운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들의 박자가 일정하다면 스트레이트 리듬, 주기적이기보다는 특이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면 바운스 리듬입니다. 오늘은 그중 여름에 듣기 좋은 보사노바를 소개하며 보사노바의 대가 조빔의 음악을 다뤄보려고 해요. 그전에 바운스 리듬이 잘 보이는 스윙을 먼저 듣는다면 차이가 더 확실하게 느껴지겠지요?😉

Main Act:

이파네마 해변의 피녜이로

Antonio Carlos Jobim: The Girl from Ipanema, Getz/Gilberto

1950년대 말, 브라질은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급변하던 시기였어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사람들은 기존의 고전적인 삼바 음악에 슬슬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했죠. 현대화되고 세련된 음악이지만, 정체성은 잃지 않는, 그런 음악을 찾아 헤매던 이들에게 해답이 된 것은 바로 보사노바(Bossa Nova)였습니다🕺🏻

보사노바는 브라질 전통 리듬인 삼바에 미국의 쿨 재즈, 유럽 클래식, 프랑스 샹송의 분위기를 슬쩍 더한 새로운 스타일이에요. 기존의 삼바가 아프리카 대륙의 영향을 받아 퍼커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신나는 사운드였다면, 보사노바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성의 음악이었죠🍃 이 흐름의 중심엔 재즈와 클래식에 정통한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기타리스트 조앙 질베르토(João Gilberto)가 있었고, 이들의 음악적 성공으로 인해 보사노바는 본격적으로 브라질 음악의 대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이파네마 해변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조빔이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던 큰 계기는 바로 계부였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에게 처음 피아노를 사주었거든요. 이후 나이트클럽과 술집에서 즉흥 연주를 하던 조빔은 음반사와 계약하여 본격적으로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Desafinado(음치)'라는 곡을 작곡하게 되는데요. 아래 가사를 한번 살펴보세요. 

나의 사랑 당신이 나에게 음치 가수라고 부를 때마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지 알지 못하나요?

...

만약 당신들이 나를 분류 할 때

나의 작곡법이 반 음악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들과 논쟁을 해야 마땅하 겠지요..

이것이 바로 "보사노바"라고

이것은 자연스러움 이라고요.

이 곡을 시작으로 조빔의 음악 스타일을 비롯한 유사한 스타일이 '보사노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요. 이처럼 보사노바의 전설인 그의 대표곡, 'The Girl from Ipanema'는 이파네마 해변을 지나던 17세 소녀 헬로 피녜이로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했어요☀️ 1964년 조앙 질베르토의 기타 연주와 스탄 게츠(Stan Getz)의 색소폰 연주,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아스트루드가 남편 조앙과의 듀엣을 선보임으로써 이 곡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보사노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답니다.

More...:

Wave와 기린의 연관성

Antonio Carlos Jobim: Wave

조빔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앨범은 단연 <Wave>입니다. 이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는 크리드 테일러(Creed Taylor)로, 남미의 보사노바를 미국 음반시장에 들여온 장본인이었는데요. 그는 팝적인 사운드를 더하여 상업성을 높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웨스 몽고메리를 비롯하여 당대 재즈 뮤지션들의 음반은 크리드 테일러의 손을 안 거친 것이 거의 없지요. 그런 그가 앨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믿고 맡긴 포토그래퍼가 있었으니, 바로 피트 터너입니다📸

피트 터너는 당시 사진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당시 인기 있는 레코드 대부분을 크리드 테일러가 작업했다는 것을 알고, 그와 함께 일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1958년 말, ABC 파라마운트 사 소속이었던 크리드 테일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죠. 피트는 이를 계기로 크리드가 작업하는 거의 모든 앨범의 커버를 맡게 됩니다.

<Wave> 커버에 사용된 이미지는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기린 사진으로, 원래는 1964년 석유회사 Esso를 위해 찍은 사진 중 하나였다고 해요.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기린과 배경을 초록색으로 처리했다고 하죠. 당시 거의 모든 재즈 음반의 커버는 아티스트의 얼굴이 메인이었고, 여기에 싫증을 느낀 크리드에게 이 기린 사진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