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음악으로 그린 그림

Silvius Leopold Weiss: Sonatas for lute no.15

호주에서 활동 중인 화가 겸 판화가 아넬리아 파블로바(Anelia Pavlova)는 신비로운 화풍이 매력적인 화가입니다. 음악과 문학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유럽 고전 예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죠. 그의 작품 중 오늘 소개할 작품은 바로 뉴스레터 가장 상단에 위치한, 헤더 이미지입니다🖼️

총 세 점으로 구성된 “The fruit of the soul” 시리즈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 그림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 실비우스 바이스(Silvius Leopold Weiss)의 소나타 15번과 48번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졌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의 인물은 류트의 지판을 짚으며 우아하게 연주하고 있어요. 이 그림의 독특한 색감은 호주의 봄을 물들이는 자카란다 나무의 보랏빛이라고 하는데요💜 파블로바는 작가 노트에 자카란다 나무를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나무라고 언급했어요. 봄과 자카란다, 그리고 류트. 그림을 자세히 보고, 곡의 분위기를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정말 상상과 같은지 직접 감상해 보길 바랍니다!

Main Act:

바흐와의 연주 대결

Silvius Leopold Weiss: Fantasie

바로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악가 J.S. 바흐는 류트라는 악기의 아주 열렬한 팬이었어요. 오늘의 작곡가, 실비우스 바이스는 당대 가장 뛰어난 류트 연주자로, 바흐와는 종종 연주 대결을 펼치는 것과 같은 교류를 했다고 합니다.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나는 등 여러 우연과 인연으로 얽힌 이 둘을 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바흐의 장남,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였는데요🤝🏻 그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남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지만, 의외로 바이스와는 연이 닿아 아버지를 소개해 주기에 이른 것이지요. 바흐 집안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같이 읽으면 좋은 뉴스레터'를 참고하세요!

오르간의 대가였던 J.S 바흐와 류트의 대가였던 바이스. 이 둘은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즉흥연주에 능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둘의 대결이 열릴 때마다 즉흥 연주의 향연이 이어져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고 하죠. 당시 대결을 관람한 한 평론가는 “류트에서 화성 전조와 훌륭한 대위법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이라면 류트 거장인 바이스가 위대한 연주자인 J.S 바흐에게 환상곡과 푸가 연주를 도전했는지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고 전해지죠. 사실 바로크 시기에는 류트라는 악기가 굉장히 대중적이었기에 당시 대중들에게는 바이스가 꽤 익숙한 이름이었을 거예요🤓

바이스는 로마와 드레스덴 궁정에서 재직했을 정도로 인정받던 음악가였고, 천 개 이상의 곡을 남긴 다작 작곡가였어요. 그중에서 현재 남아있는 류트 곡만 850개 이상일 정도로 류트의 기반을 다진 음악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의 곡 “Fantasie”는 즉흥적인 성향을 띠는 환상곡으로, 1719년에 작곡되었으나 약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 받아 현재는 기타 버전으로 많이 연주되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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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악기의 발견

Sollima: Prelude for Mandolin Solo

글릿을 오래 구독한 구독자라면 류트라는 악기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런데 동시에 낯설지요. 류트가 연주되는 모습을 실제로 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류트는 형편이 조금 나은 편입니다. 과거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졌거나 개량되어 옛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운 악기들이 아주 많거든요💁🏻‍♀️

그럼 이런 악기들은 어떻게 연구되고 복원되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림'에 있습니다. 흔히 음악 도상학이라 불리는 이 학문은 원래 미술품에 표현된 종교와 문화를 연구하는 도상학의 한 갈래로 출발했어요. 작곡가의 초상화, 정물화, 민속화 등 여러 그림 속 남아있는 음악의 단서를 발견하죠✍🏻 이 음악 도상학은 바로크 이전의 음악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는데요. 고음악 연구자들은 악기와 악기 연주 방식 등을 도상을 통해 보완하기 시작했고, 점차 각 시대의 합창 양식, 악기 배치, 연주 기법, 작곡가 연구, 그림 속 악보 등의 연구까지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류트는 여러 그림에 단골로 등장하는 악기인데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자료도 많고 다양한 편입니다. 문명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시절의 류트의 원조 격인 악기가 발굴되는 한편, 이집트, 서구 문명 순으로 전파되며 악기의 모습이 달라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기도 하죠! 그리고 이 류트와 맥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악기가 바로 만돌린입니다. 18세기 사랑받았던 이 악기는 그 당시 그림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위 영상을 보면 류트와 그 모양새도, 음색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는 찾아볼 수 없지만 수천 년 동안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이 악기들, 어찌 보면 우리가 요즘 흔히 접하는 악기들이 인류의 역사에서는 아주 찰나의 순간 빛을 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