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음악만큼이나 철저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 하지만 그는 의외로(?) 두 아내 사이에서 무려 20명의 자녀를 두었는데요. 그중 여럿은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을 물려받아 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장남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는 아버지의 총애를 받은 아들로, 바흐는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을 만들었을 정도로 그의 음악 교육에 진심이었다고 전해져요. 그렇게 성장한 프리데만은 전문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말년의 프리데만은 형편이 넉넉지 못했는데요. 심지어는 지인들에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 특히 필사본 등을 팔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멘델스존이 수집한 몇몇 바흐 악보에도 프리데만 친척의 낙서가 있었다고 해요. 이처럼 장남 프리데만은 총명하고 음악에 두각을 보였으나, 아버지에게 반항하면서도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는 등 부모님의 속을 꽤 썩였다고 전해집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C.P.E. 바흐는 형과 얼마나, 무엇이 달랐을까요?

Main Act

C.P.E. Bach: Oboe Concerto in B flat major, Wq 164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또 다른 아들인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C.P.E Bach). 아버지의 악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던 첫째 형님과는 달리, 둘째 아들인 C.P.E 바흐는 아버지 못지않게 서양음악사에서 중요한 인물이에요. 아버지인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곧 바로크 음악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하는데요. “바로크의 마무리”라는 별칭답게 바흐가 사망한 1750년을 통상 바로크 시기가 끝나는 해라고 하죠💁🏻‍♀️ 반면 C.P.E 바흐는 바로크 시대와 그 이후 고전 시대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어요. 흔히 우리가 '전고전 주의'라고 부르는 초기 고전주의를 이끈 인물 중 하나이죠.

C.P.E. 바흐는 왼손잡이였고, 꼭 그것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플루트와 하프시코드를 곧잘 연주하곤 했어요. 그중 그의 주 분야는 단연 건반 음악이었고, 그가 작곡한 수많은 건반 악기 협주곡은 우리가 현재 아는 협주곡 체계를 만드는 데에 큰 기반이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오늘의 곡 “Oboe Concerto in B flat Major” 역시 원래 건반음악을 위한 협주곡이었다가, 이후에 오보에를 위한 협주곡으로 편곡된 것이라고 해요. 사실 C.P.E. 바흐의 오보에 협주곡은 현재까지 단 두 곡만 남아있는데요. 그중 첫 번째 곡인 이 곡은 당대 협주곡답지 않게 독주 부분이 상당히 화려하답니다. 고전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으셨다면 이 곡으로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요?

💡 하나 더! 다작 작곡가로 잘 알려진 텔레만의 뒤를 이어 함부르크의 궁정 악장으로 부임한 그는 '함부르크의 바흐'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어요. 게다가 당대 아버지보다 명성을 얻은 나머지 '대바흐', 즉 '위대한 바흐'라고 불리기도 했대요. 오늘날 우리의 시선에서는 '대바흐'가 '이' 바흐라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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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E. Bach: Harpsichord Concerto in D minor, Wq. 23

C.P.E 바흐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아마 “감정과다양식(Empfindsamer Stil)”일 거예요✍🏻 '감정과다양식'이란 18세기 중후반 북독일에서 시작된 사조로, 인간의 감정이 끊임없이 변하듯이 곡 하나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단적인 예로 바로크 음악에서는 '점점 크게', '점점 작게'와 같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표현이 잘 쓰이지 않았지만, 양식의 발전으로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자연스레 풀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고전주의부터의 음악이 바로크 음악보다는 비교적 부드럽게 들리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유 덕분이겠죠.

같은 시기,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뻗어나간 또 다른 예술적 바람이 있다면 바로 "슈트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입니다. 괴테나 실러의 글로 대변되는 이 문학 사조는 보통 청년의 방황과 고통, 그리고 파멸 등을 주제로 하는데요🔥 감정과다양식 역시 슈트름 운트 드랑과 맞물려 인간의 격렬한 감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이든으로 대변되기도 하는 이 음악들의 특징은 극적인 조성 변화나 다이내믹한 음악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오늘은 감정과다양식의 대가로 잘 알려진 '대바흐'의 건반 음악으로 뉴스레터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그는 당시 악기 중 소리의 강도나 뉘앙스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클라비어를 자주 사용하곤 했는데요. 클라비어야말로 감정과다양식에 딱 어울리는 악기인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