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자기애(?)가 강한 국가는 아마 에디터 W가 있는 이곳, 바로 영국일 거예요.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졌던 영국은 수많은 국가를 정복하여 어마어마한 제국을 만들었죠😮 오늘날 우리가 영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연합국으로, 웨일스, 스코틀랜드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독립의 여론이 매우 센 반면, 웨일스는 그렇지 않죠. 이는 웨일스가 잉글랜드와 법역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법원이나 검찰 조직도 분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구성'국’으로서, 부분적으로 자치권이 인정되고 있어요. 심지어 웨일스어라는 이들만이 공유하는 언어 문화도 있죠. 이처럼 독자적인 문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자주성을 억압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웨일스어를 방언으로 취급하거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웨일스인들은 투쟁과 그 정신이 깃든 민요로 언어를 끝까지 지켜냈고, 영어와 웨일스어가 공용어일 만큼 웨일스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느는 추세라고 합니다. 오늘 'Opening'에서는 웨일스의 민요인 자장가 “Suo Gan"을 보내드립니다😴

Main Act

Grace Williams: Hiraeth

오늘의 작곡가 그레이스 윌리엄스는 웨일스의 카디프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이후 런던으로 넘어가 왕립음악원에서 고든 제이콥과 랄프 본 윌리엄스를 사사했어요. 에드워드 엘가와 유학 생활을 함께 하기도 한 그레이스는 타지에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웨일스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독자적인 문화를 음악에 녹여냈는데요🏞️ 그가 남긴 두 개의 교향곡은 웨일스 작곡가가 쓴 최초의 교향곡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국 여성 작곡가 최초로 장편 영화 음악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어요. 1949년 작 "Blue Scar"는 웨일스에서 대도시인 런던으로 이주한 광부의 딸 올웬 윌리엄스와 웨일스 광산에 남아 삶을 바친 톰 토마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꿈을 찾아 런던으로 떠난 올웬이 그레이스와 참 닮았죠🏃🏻‍♀️

오늘의 곡 “Hiraeth”는 그가 영화 음악으로 유명해지기 5년 전인 1944년에 작곡된 작품으로, 제목 'Hiraeth'는 웨일스어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뜻합니다💭 원래는 성악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되었지만, 웨일스를 대표하는 악기 '하프'의 선율로 더 많이 연주되곤 해요. 웨일스 특유의 풍경과 감정을 음악적으로 아름답게 풀어낸 "Hiraeth". 사실 그레이스 윌리엄스는 잉글랜드의 언어 탄압 시기에 태어나 웨일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어린 시절 고향에서 아버지에게 가장 처음 음악을 배웠고, 그의 유년 시절은 모두 그곳에 있었기에 지속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하나 더! 오늘날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최측근 랄프 본 윌리엄스와 에드워드 엘가의 최측근이었던 그레이스. 그럼에도 그는 오늘날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여기에는 여성 작곡가라는 장벽도 있었지만, 자신도 OBE(대영제국훈장)을 거부하는 등 명예보다는 작업물에 더 집중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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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sh Lullaby: Suo Gan (Harp Ver.)

웨일스 음악에서 가장 큰 키워드 두 개를 꼽자면 바로 '하프'와 '음유시'일 거예요. 벌써 신비로운 선율이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이중 하프부터 살펴보자면, 17세기 이탈리아에서 들어온 '트리플 하프'는 반음계를 연주할 수 있도록 세줄씩 끼워진 하프를 의미하는데요. 시간이 지나 유럽에서는 이 트리플 하프의 인기가 식어갔으나, 웨일스에서만큼은 꾸준히 사랑받으며 그 전통을 이어 나갔습니다🤩 이에 왕실에서는 공식 하피스트라는 자리가 생기기에 이르렀는데요. 지금까지 모든 왕실 하피스트가 웨일스 출신이라고 해요. 웨일스의 국가를 작곡한 제임스도 바로 하피스트였고요!

한편, 하프 음악과 함께 술과 자연을 즐겼던 이들에게는 웨일스어로 쓰인 시로 노래하는 음유시 문화가 있는데요. 19세기 들어 잉글랜드에 문화가 흡수될 것을 우려한 웨일스인들이 계속해서 지키고자 한 것 역시 이들의 역사와 전통이 깃든 음유시였습니다. '에스테드포드(Eisteddfod)'라고 불리는 음유시 축제는 1,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유럽의 고성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고성이 많은 웨일스에서 하프와 함께 즐기는 음유시,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오늘의 뉴스레터는 첫 곡 “Suo Gan”의 하프 버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안식을 취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