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라흐마니노프 연탄곡의 비밀

Tchaikovsky: The Sleeping Beauty Waltz Piano 4 Hands, Arr. Rachmaninoff

오케스트라 곡의 웅장함보다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박한 곡을 찾게 될 때가 있죠? 그럴 때 익숙한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버전을 들어보세요. 매일 듣는 곡이 달리 느껴질 거예요. 요즘 에디터 S는 가벼워진 옷차림과 날씨에 맞게 피아노 편곡 음악을 자주 듣는데요. 그중에는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있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선배인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잠자는 숲속의 공주" 중 왈츠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했어요. 그것도 4개의 손을 위한 연탄곡으로요! 사실 라흐마니노프는 유명한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글릿이 예전에 소개했었던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역시 라흐마니노프에 의해 피아노곡으로 편곡되었죠✍🏻 이 곡은 웃프게도(?) 원곡보다 편곡 버전이 더 인지도가 높아요. 원곡의 의도를 해치지 않고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라흐마니노프의 편곡들. 네 개의 손으로 연주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밀도가 높은 느낌이 든답니다.

Main Act:

난 슬플 때 왈츠를 춰

Tchaikovsky: The Sleeping Beauty Waltz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는 <푸른 수염>,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를 비롯해 수많은 이야기를 남겼는데요. 이중 다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스토리입니다. 그의 <잠자는 미녀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원작의 스토리와도 비슷한 지점이 있습니다. 지혜와 아름다움을 선물 받은 소녀의 생일날, 초대받지 못한 마녀에 의해 평생 잠을 자야 하는 저주에 걸리는 원작처럼,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도 너무 아름답다는 이유로 혹평에 시달려야 했죠🫢 아름다움이 죄가 된 이유는 아래 'More...'에서 확인하세요!

어쨌든, 이 발레 작품에는 음악 외에도 여러 난관이 있었어요. 워낙 대극이라 올릴 때 필요한 인원과 장비가 너무 많아 극이 만들어진 러시아보다는 자본이 풍부한 영국과 미국에서 자주 연주되었죠💸 하여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가게 된 것은 관현악곡으로 연주되기 시작한 후였습니다. 29개의 곡으로 구성된 이 발레 음악의 1번부터 5번을 엮어 관현악곡으로 연주하기도 하거든요. 그중 오늘 'Opening'에서 소개한 "Waltz"는 오로라 공주의 16번째 생일을 맞아 개최된 성대한 파티에서 여러 왕자와 춤을 추는 장면에 쓰였습니다🕺🏻 이 곡은 공주가 사랑 앞에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의 설렘을 나타냈는데요. 이후 오로라가 바늘에 찔려 쓰러지는 비극이 이어지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찬란하지만 슬픈 음악이기도 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중 가장 화려하고 밝다는 평을 받는 이 곡, 라흐마니노프의 버전과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More...:

아름다움도 죄가 되나요?

Igor Stravinsky: Firebird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당시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아마 이 사실에 충격받은 글리터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발레 음악은 일반 기악곡과 태생부터 목적이 다릅니다. 기악곡이 소리 자체로 감정이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면, 발레 음악은 무용과 이야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죠🤓 춤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리듬이 명확하고 장면 전환이나 감정의 흐름에 따라 구조가 세심하게 짜여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작곡가는 무용수의 동작과 안무를 충분히 이해해야 좋은 발레 음악을 만들 수 있죠🩰

그래서 발레 음악은 ‘듣는 음악’이라기보다는 ‘보이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발레 음악은 ‘전문적’이라는 특징을 지녀요. 비록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일지라도, 레오 들리브나 하차투리안 같은 작곡가들은 발레 전문 작곡가로 당대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이런 발레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음악과 무용을 결합한 최초의 시도는 프랑스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에 의해서였어요. 그가 만들어 낸 ‘오페라-발레’라는 독특한 장르는 륄리의 후배인 장 필리프 라모까지 이어지다가 라모의 죽음으로 사라졌죠. 이를 다시 발전시킨 것이 독일 작곡가 글루크였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발레 음악이 발달하지 못했어요. 정작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발레 음악 작곡가는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러시아 작곡가지요🇷🇺 이는 19세기 중반 러시아가 프랑스의 문화를 적극 수입하였기 때문이랍니다. 글루크 역시 자국인 독일이 아닌 프랑스에서 활동했을 만큼 그전까지는 프랑스가 발레 음악의 최강자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