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A.Roussel: Divertissement Op. 6

프랑스 작곡가라면 꼭 거치는 것 같은 파리 음악원. 세계 최초의 음악원임과 동시에 드뷔시, 라벨 그리고 베를리오즈와 같은 대가가 수학하고 가르친 곳이지요🤓 그러나 프랑스 작곡가임에도 파리 음악원을 거치지 않고 본인만의 탄탄한 커리어를 다진 음악가가 있습니다. 바로 에릭 사티의 스승인 알베르 루셀이에요. 우리나라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작곡가일 수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음악학자들의 관심을 끌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음악가랍니다.

독특하기로 소문난 사티의 스승인 만큼 루셀의 음악 소재도 흥미로워요. 오늘은 그가 무려 중국의 고대 한시를 주제로 작곡한 곡을 소개하려고 해요. 본격적인 곡 소개에 앞서, 그를 프랑스 음악계에 알린 신호탄 같은 곡인 "Divertissement, Op.6"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파리 음악원에 낙방하고, 한때는 군 장교였으며 이후에는 프랑스 6인조를 이끈 에릭 사티의 스승이 된 루셀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Main Act

A.Roussel: Deux Poèmes Chinois Op. 12

1869년생 프랑스 작곡가 알베르 루셀은 드뷔시와 꽤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이국적인 것을 향한 관심이 대표적이에요. 당시 파리에서 열린 세계 만국박람회로 인해 동양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만 갔고, 드뷔시와 루셀을 비롯한 많은 음악가는 동양의 문화를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루셀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중국의 시였고요!

사실 그가 중국의 시까지 관심을 두게 된 데에는 이보다 앞선 이유가 있었어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루셀은 군인 출신 음악가입니다. 특히, 바다를 동경한 루셀은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해군 장교가 되어 동양을 직접 항해했어요🛶 그가 작곡한 “Deux poèmes chinois Op. 12(두 개의 중국 시)”는 직접 동양의 나라들을 보고 느낀 바와 그곳을 향한 동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총 두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후 같은 제목과 '한시'라는 테마로 Op. 35, 47번을 작곡하기도 했죠.

기존 서양 작곡가들은 동양을 재현할 때 동양의 음악 어법을 서양식으로 끼워 맞추느라 5음음계를 활용한, 다소 일차원적 재현을 하곤 했는데요. 루셀은 교회 선법과 같은 색다른 시도를 하여 동양을 상상하기보단, 자신이 경험한 바를 조금 더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1907년에 작곡된 첫 번째 곡 "젊은 신사에게"는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 중 "장중자"를 가사로 하고 있어요. 고대 중국에서 편집된 "장중자"는 굉장히 과감한 사랑 표현이 실려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소녀가 소년을 좋아하게 되면서 품는 푸릇한 내면이 잘 드러나 있고, 실제로 이 곡을 쓸 때 루셀은 아내와 행복한 시기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듬해에 작곡한 두 번째 곡 ‘이별한 연인들’은 부현의 시 “‘연인미(燕人美)’를 가사로 하고 있어요.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것을 향한 그리움과 애처로움을 담은 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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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ahler: Das Lied von der Erde

한시를 모티브로 하는 클래식 곡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구스타프 말러의 "대지의 노래"입니다. 말러는 딸의 죽음과 본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한창 인생에 회의감이 클 때 <중국의 피리>라는 제목의 한시 번역본을 접했고, 이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의 시인 '이백', '왕호연' 등의 시를 통해 동양의 허무주의나 인생무상과 같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죠. 이를 계기로 탄생한 곡이 바로 “대지의 노래”입니다🇨🇳

사실 이 곡은 말러의 9번째 교향곡이라고 해도 될 만큼 형식적으로는 교향곡의 형식을 따르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 곡이 “교향곡 9번”이라고 불리지는 않습니다. 말러 스스로가 이 곡을 9번 교향곡이 아닌 “대지의 노래”라고 명명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에 대해 말러의 아내 알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베토벤이나 드보르작, 브루크너 등 많은 작곡가가 9번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죠. 딸의 죽음과 본인의 심장병, 그리고 그로 인해 수반되는 죽음을 향한 두려움이 그를 덮친 시기에 작곡된 곡이니 더욱 그 깊이가 느껴지는 듯하네요!

💡 하나 더! 흔히 중국 한시를 활용한 최초의 음악을 "대지의 노래"라고 하는데요. 루셀의 "두 개의 중국시"는 이보다 단 몇 개월 늦게 완성되어 '최초'의 타이틀을 빼앗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