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Bruch: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in A minor, Op. 42

'로망스'라는 제목을 가진 곡들에는 보통 사랑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예컨대 쇼팽의 로망스는 19살 시절 그의 마음을 처음으로 저릿하게 만든 짝사랑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슈만은 아내 클라라 비크에게 로망스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죠💌 이처럼 로망스는 음악가의 가장 깊고 뜨거운 면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흥미롭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막스 브루흐는 총 두 개의 로망스를 작곡했어요. 그중 오프닝에서 소개할 "로망스 Op. 42"는 브루흐가 사랑하던 아말리 하이드봐일러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는데요. 어느 날 아말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알게 되고, 브루흐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 아말리가 그를 떠난 이유가 다름 아닌 불치병으로 살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 깊은 상실감에 빠지게 되죠😰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브루흐는 1악장을 끝낸 시기,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다음 악장을 쓰지 못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래서 이 곡은 단일 악장으로 마무리되었죠.

Main Act

Bruch: Romanze in F Major for Viola and Orchestra, Op. 85

같은 시기 사랑하는 여인뿐 아니라 어머니마저 잃은 브루흐는 37년이 지나 두 번째 로망스를 작곡했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비올리스트 모리스 비유를 위해 곡을 작곡하기로 하는데요. 모리스 비유는 파리음악원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비올리스트로, 그의 이름을 딴 '모리스 비유 비올라 콩쿠르(CONCOURS INTERNATIONAL D'ALTO, MOURICE VIEUX)가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가예요🎻 그러나 브루흐가 이 곡을 작곡했던 당시인 20세기 초반에는 비올라가 독주 악기로써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던 시기였어요. 비슷한 이름의 다리가 있던 악기, '비올라 다감바'가 17세기 크게 유행하긴 했지만, 비올라만을 위한 곡은 잘 없었죠.

하여 브루흐가 작곡한 "로망스 Op. 85"는 비올라만의 독보적인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곡으로 크게 사랑받았는데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약간은 크기가 크고 더 중후한 음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처럼 날카로운 음색은 아니라서 독주 악기보다는 합주 악기로 많이 활용되죠. 웃프게도 이 곡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이올린곡으로 편곡한 버전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부터였지만요....😂

사실 이 시기는 브루흐의 음악 타임라인 거의 막바지에 있는 시기입니다. 1900년대 초부터 천식과 빈혈을 심하게 앓던 그는 이 로망스를 작곡한 1911년, 모든 대외 활동과 관직을 그만두었는데요. 작품활동도 대폭 줄였던 이 시기에 작곡한 5개의 곡 중 세곡이 비올라를 위한 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말년의 그에게 비올라 선율이 얼마나 와닿았는지 짐작 가능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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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h: Kol Nidrei, Op. 47

앞서 두 개의 로망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들, 오늘날의 브루흐를 있게 한 것은 첼로를 위해 작곡한 "콜 니드라이"일 거예요. 브루흐는 생전에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 더 이름을 알렸는데요. 그러던 그는 베를린의 합창단에서 이스라엘 아이들을 통해 히브리 성가 “콜 니드라이(Kol Nidrei)”를 알게 됩니다🙏🏻 유대 예배 의식에서 부르던 성가인 “콜 니드라이”는 'All vows(모든 서약들)'이라는 뜻으로, 잘못을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히브리인들의 다짐과 용서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그는 이를 소재로 하여 1881년에 환상곡 풍의 “콜 니드라이”를 완성했고, 결국 이는 현재까지 그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그와 가족들의 걸림돌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가족들은 브루흐 사후, 그가 남긴 “콜 니드라이” 때문에 유대인으로 의심을 받았다고 해요. 이에 2차 대전 중 나치에게 핍박을 받고, 한동안 연주가 금지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브루흐는 한동안 잘 연주되지 않는, 잊힌 작곡가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브루흐는 정통 게르만족일 뿐만 아니라 루터교 성직자의 손자였다는 거예요. 음악으로 이런 일까지 벌어지다니, 이 음악에 유대인들의 기도가 그만큼 잘 깃들어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