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단순한 음악 콩쿠르가 아닌
Yulianna Avdeeva – Concerto in E minor, Op. 11 (final stage, 2010)

오랜만에 님의 메일함을 찾아온 글릿입니다. 한 달 만에 찾아온 뉴스레터인 만큼, 최근 클래식계의 이슈였던 쇼팽 콩쿠르를 10월호의 주제로 잡았습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5년 주기로 개최되는 경연으로,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입니다. 단일 종목(피아노)으로 열리는 콩쿠르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이름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이 콩쿠르에서는 오직 쇼팽의 곡만으로 기량을 겨룹니다.

쇼팽 콩쿠르는 세계 1차대전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직후, 폴란드의 청년들은 스포츠나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실용적인 놀이를 찾았어요. 그러나 국가는 애국심을 고취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때 피아니스트 예르지 주라블레프는 둘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피아노 연주도 스포츠처럼 경쟁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 아이디어는 폴란드의 위대한 음악가인 '프레데리크 쇼팽'으로 공동체가 다시금 뭉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실현되었죠. 결국 그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이 콩쿠르는 세계 제일의 피아노 콩쿠르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Main Act:

1등, 무려 15년 동안 없었다
Martha Argerich - Chopin Scherzo No.2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지금까지 총 17명의 우승자를 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우리치오 폴리니나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짐머만 등이 그 주인공인데요. 우리나라 출신의 피아니스트로는 조성진이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꼭 매년 우승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1990년, 1995년에 열린 제12회와 제13회 콩쿠르에서는 1위가 공석이었거든요.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처럼 우승에 말이 많았던 우승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우승자는 지금까지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중 에디터 S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제7회 우승자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예요. 사실 마르타 아르헤리치도 우승 당시에 꽤 많은 화제와 논란이 있었던 피아니스트인데요, 쇼팽의 음악을 너무 강렬하게 해석한다는 탓이죠. 그럼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 실력으로 여성 연주자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둔 아르헤리치는 이후 콩쿠르 심사 위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의 1965년 콩쿠르 당시 영상은 지금 들어도 해석이 새로워요.

💡하나 더! 총 6등까지 시상하는 본상 이외에도 부문별 특별상이 주어지는데요. 협주곡/마주르카/폴로네이즈/발라드/소나타 연주상을 시상하며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우승과 더불어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을 받았어요.

More...:

동전 던지기로 정해진 우승자

Eric Lu – final round

긴 역사만큼이나 재밌는 이야기가 많은 쇼팽 콩쿠르. 글리터에게 콩쿠르 TMI와 비밀들을 몇 개 알려드릴게요.

1) 이번 19회 우승자 에릭 루가 받은 상금은 17회 우승자인 조성진이 받은 상금의 2배입니다. (3만 유로에서 6만 유로로 올랐대요..)

2) 모리스 라벨은 제2회 쇼팽 콩쿠르의 심사 위원이었습니다.

3) 제2회 쇼팽 콩쿠르는 우승자를 '동전 던지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4) 쇼팽 콩쿠르를 감상하는 인원의 50%는 일본인이라고 합니다.

의외의 사실들이 많죠? 피아노 단일 종목 콩쿠르인 만큼, 참가자들이 선택한 피아노도 매년 화제입니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전, 15분 안에 피아노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이후엔 변경할 수 없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7대의 피아노가 준비되었다고 해요. 베히슈타인, 파치올리, 카와이, 스타인웨이 두 대와 야마하 두 대 중 선택할 수 있었죠. 명실상부 최고의 피아노인 스타인웨이는 이번에도 가장 많은 피아니스트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지난 콩쿠르에서도 75%의 참가자가 선택했죠. 반면 올해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카와이는 지난번엔 가장 인기 없는 피아노였습니다.

이중 이번 우승자 에릭 루가 선택한 악기는 바로 파치올리! 파치올리는 이탈리아의 고급 피아노 브랜드로, 1년에 단 100대만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설립자 파치올리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라는 점이 인상 깊죠. 쇼팽 콩쿠르에 숨겨진 뒷이야기들, 너무 재밌지 않은가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가져올지 기대해 주세요! 글릿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면 🔗글릿 인스타를 팔로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