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윤이상의 제자
Isang Yun : Réak

매주 금요일마다 인사드렸던 글릿은 오늘의 뉴스레터를 마지막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겠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는 음악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 뵐게요. 매일 업로드 되는 글릿의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 팔로우해주세요!

Main Act:

벚꽃이 음악이 된다면

Hosokawa Toshio : Sakura für Otto Tomek

토시오 호소카와(Hosokawa Toshio)는 일본의 악기와 음향을 유럽의 작곡기법에 활용하며 자신만의 사운드 미학을 구축한 음악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Sakura(사쿠라)”는 일본의 민요인 벚꽃 노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이지만, 외형상으로는 멜로디조차 아주 희미하고 조심스럽게 등장합니다. 그만의 재해석 방법일까요?

호소카와의 “Sakura”는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어 연주되는데요, 가장 널리 연주되는 버전은 크게 오케스트라 버전과 '기타' 버전입니다. 기타 버전이 있다는 게 좀 독특하죠? 연주를 들어보면 미묘한 음 처리가 기타의 주법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멜로디가 천천히 다가와 어느 순간 선명해지면서, '일본의 문화와 미 의식 속에서 벚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호소카와만의 대답을 음악으로 제시하죠🌸

이처럼 호소카와의 음악을 듣다 보면 사운드의 생성과 소멸, 침묵과 진동 사이의 긴장, 그리고 소리가 배경의 침묵 위에 한 획처럼 드러나는, 음악으로 서예를 그린다는 뜻의 ‘Sound Calligraphy’는 윤이상 음악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호소카와는 “자연의 움직임에 대한 경이, 소리의 발생과 소멸, 삶과 죽음의 한순간—이 모든 것이 내 음악의 테마”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죠. 특히 그는 일본 전통 악기인 '쇼(sho)' 등 동양적 소리를 직접 인용하거나 그 특유의 울림, 미세한 음의 변이, 숨결과 여운까지 악보에 적극적으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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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 날개를 달다

Cort Lippe : Music for Sho and Harp

윤이상-호소카와 계보의 소리와 자연에 대한 탐구는 미국 작곡가 콜트 립페(Cort Lippe)같은 서양 음악가를 통해 이어지기도 합니다. 2015년, 립페는 “Music for Sho and Harp”에서 전자음향과 실내악 어법을 실험했어요. 클래식 하프의 밝고 투명한 선율과 쇼 특유의 여러 개의 파이프를 동시에 울리는 독특한 음향을 결합한 시도였죠.

쇼(Sho)라는 악기는 본래 중국 악기로, 약 1,300년 전에 일본에 소개되었다고 해요. 총 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은 이중 양 끝 두 개의 파이프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악기의 소리는 봉황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이 두 개의 긴 파이프를 악기의 '날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연주자가 들숨-날숨으로 모두 연주할 수 있기에 다른 관악기와 달리 잘 훈련한다면 끊기지 않고 긴 시간 연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곡에서는 쇼의 음을 현대적인 색채와 전자음악으로 재구성했으며, 여기에는 '가가쿠'라는 일본 전통 고전음악의 유동음계의 특징도 드러납니다. 타문화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이를 단순히 낯선 음향으로만 활용하지 않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