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이름 없는 작곡가

Bądarzewska-Baranowska: Mazurka Brillante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이야기는 곧 엄청난 유명세를 얻은 곡이라는 의미일 거예요. “소녀의 기도”는 19세기부터 예술계에서 다방면으로 주목받은 곡으로, 파리의 음악 잡지에 실리고 3년 후, 프랑스의 유명 잡지사 <리뷰 앤드 가제트 뮤지컬>의 편집장이 이 곡을 소개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체호프의 희곡 <세 자매> 마지막 막에 소녀 이라나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이상적인 삶을 꿈꾸지만, 어느 것 하나 쉬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저 삶을 인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이 세 자매의 이야기. 여기에 쓰인 이 아름다운 “소녀의 기도”는 이들을 비롯한 인간의 소소한 불행과 그 아이러니함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프닝에서 소개해 드릴 곡은 같은 작곡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곡, "Mazurka Brillante"입니다. 리스트 역시 🔗동명의 곡을 작곡한 바 있지요. 모두가 아는 유명한 작곡가와 이름 없는 작곡가, 이 둘의 마주르카를 모두 들어보세요.

Main Act:

세상 모든 소녀들의 기도

Bądarzewska-Baranowska: The maiden's prayer, Op.4

그럼 이 멋진 곡, 누가 작곡했을까요? 쇼팽? 라벨? 곡의 인지도와는 달리 놀랍게도 이 곡을 만든 이에 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아마 이름을 들어보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이 곡을 만든 이는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테클라 봉다제프스카바라노프스카(Tekla Bądarzewska-Baranowska)입니다. 1800년대 중반에 활동했던 그는 주로 “소녀의 기도” 같이 피아노를 위한 짧은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이는 당시 분위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보다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가진 살롱 음악를 선호했기 때문인데요, 덕분에 이 곡은 당시부터도 꽤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봉다제프스카바라노프스카는 27살이라는 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동안 꽤 많은 곡을 남겼어요. 하지만 생이 짧고, 또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중 알려진 것들은 어린 나이부터 피아노를 잘 쳤고, 그 실력이 피아니스트인 안톤 루빈스타인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이었다는 정도입니다. 오늘의 곡 “소녀의 기도”도 18살에 작곡한 곡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나중에 딸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작곡했다는 이 작은 소품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수많은 딸들에게 들리고 있습니다.

More...:

브람스가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

Brahms: Symphony no.4 in e minor, op.98

그의 묘는 바르샤바의 작은 공동묘지인 포봉스키 묘지에 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표곡이 “소녀의 기도”인 만큼, 묘에는 그를 닮은 소녀의 석상이 있습니다. 왼손에는 "소녀의 기도"를 불어로 적은 표지의 두루마리 악보를 잡고 있지요.

무덤의 모습이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를 보면, 작곡가들의 묘도 제각각입니다. 그중에서 작곡가 🔗알프레드 시닛케의 묘비명은 인상 깊은 걸로 치면 늘 1등을 차지하는데요. 얼핏 아주 간단해보이는 음악기호이지만, 이를 하나씩 직역해 보면 "오래-쉰다-아주 세게"라는 뜻으로, 죽음이라는 긴 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빈 중앙묘역'에 가면 음악가들의 묘지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우리는 말로만 듣던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베토벤 묘는 마치 메트로놈을 닮았고요. 베토벤 옆에 묻히고 싶다고 말한 슈베르트는 정말 존경하던 음악가 옆에 묻히면서 꿈을 이루었습니다. 브람스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로 조각되어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는지는 모르겠네요.

💡하나 더! 베토벤과 슈베르트 사이에 자리한 '모차르트 묘역', 그러나 정작 모차르트는 여기 안치되어 있지 않다는데요. 이는 모차르트가 생을 마감했을 때 약 12명과 함께 공동묘지에 매장되어서 유해를 발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빈을 대표하는 음악가이니만큼 그를 기리기 위해 마련해 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