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20세기 유럽 전자음악계에서 큰 키워드로 떠오른 구체음악은 일상 속의 소리를 녹음하여 이를 반복하거나 조작하여 음악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실제 악기로 연주하는 형태가 보편적이던 음악 예술은 이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죠👨🏻‍💻

구체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오늘날 필립 글래스와 더불어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불리는 스티브 라이히예요. 그중에 단연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기차들(Different Trains)”의 작곡 동기는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결별 이후 뉴욕과 LA를 자주 기차로 오가야 했던 그는 문득 ‘내가 만약 유럽에 살았다면 홀로코스트로 향하는 죽음의 열차를 탔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가 유대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인데요. 라이히는 이 곡을 기차 소리와 전쟁 사이렌 소리, 사람 목소리를 포함한 현악 4중주곡으로 구성했어요. 강제수용소 생존자와 기차 차장 등의 실제 음성을 테이프에 담아 사용했고, 이들의 말의 억양과 리듬을 기반으로 작곡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가지각색의 이유로 기차를 사랑했던 음악가들과 그 음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들이 열렬히 사모한(?) 기차는 작품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었을까요?

Main Act

Honegger : Pacific 231

스위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곡가 아르튀르 오네게르는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에서 음악 공부를 시작하고, 2년 후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며 바이올린, 화성학, 지휘 등을 배웠어요. 그리고 그는 프랑스 6인조의 일원으로 합류합니다🤝🏻 이전에 여러 번 소개했듯이 프랑스 6인조의 음악은 에릭 사티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모호한 인상주의와 난해한 상징주의가 아닌, 간결하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오늘 소개할 오네게르의 곡 “Pacific 231”은 처음 들었을 때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귀를 사로잡는 음악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오네게르는 6인조에서 가장 먼저 탈퇴했고, 음악학자들 역시 그를 프랑스 6인조의 음악색과 가장 맞지 않는 작곡가라고 평했어요.

오네게르는 아주 유명한 기차 덕후였어요."많은 사람이 말과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듯, 나는 기관차에 사로잡혀있다.”라고 했을 정도로요😲 그가 이 곡의 모델로 삼은 것은 바로 당대의 대표적인 고속열차 'Pacific 231'이었어요. Pacific 231은 프랑스에서 사용되던 증기 기관차 중 하나로 앞쪽에 바퀴 2개, 동력 바퀴 3개, 뒷바퀴 1개가 있어서 이름 뒤에 숫자 231이 붙게 되었죠. 이 곡은 공개 직후부터 큰 인기를 얻었고, 그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요즘도 기계 관련 행사나 전자음악 페스티벌에 이 음악이 자주 사용된다고 하네요!⚙️

💡 하나 더! 증기 기관차가 출발하면서부터 점점 가속하고, 최고 속도에 도달한 후 마침내 멈추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한 만큼, 음악 속 기차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하면서 듣는 것이 감상 포인트인데요. 심지어는 음악학자와 과학자가 힘을 합쳐 이 곡의 리듬 변화가 실제 기차 Pacific 231의 움직임과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살펴보는 융합 연구도 진행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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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ořák: Humoresque No. 7 in G-Flat Major

20세기 서양에서 기차가 갖는 의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새로운 현대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졌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 드보르자크도 기차를 아주 열렬하게 사랑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그는 심지어 “내가 기관차를 발명할 수 있었다면 내가 쓴 교향곡을 모두 포기해도 좋을 텐데.”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고 하죠.

드보르자크가 처음 기차에 매료된 것은 9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마을에 처음 철도가 깔렸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굉음을 내며 그 위를 달리는 물체는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죠. 매일 아침 터널에 올라가서 프라하역으로 드나드는 기차의 번호와 모습을 수첩에 기록하던 그는 작품에서도 기차를 묘사하곤 했어요. 심지어 그는 자신의 제자 겸 딸의 연인이었던 요제프 수크에게 기관차의 제조 번호를 적어 오라고 요청했는데요. 기차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여 잘못 적어 온 그에 대해 딸에게 “저런 멍청이와 결혼할 거냐?”라고까지 말했다고 하죠😅

그는 기차 소리를 음악에 자주 활용했어요,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유모레스크 7번"도 기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곡된 이 곡의 반복 리듬은 기차 소리와 유사하다고 하죠. 이런 지독한 기차 사랑꾼이란… 여러분은 이 곡에서 기차의 소리가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