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예술표현의 시작과 끝은 순수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갈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카소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들이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레터는 순수함을 그린 예술가, 윌리엄 블레이크를 소개하며 시작해볼게요. 18세기, 영국에서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블레이크는 어린 나이부터 환영을 보고 예언을 하는 등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하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지만, 당대에는 망상이라며 외면받았다고 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낭만주의가 자리잡으면서 그는 최초의 낭만주의 예술가로 그 독창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윌리엄 볼컴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와 경험의 노래"를 읽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고 해요. 순수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담아내려 했던 두 예술가의 만남. 그렇게 만들어진 볼컴의 작품은 무려 4개 분야에서 그래미 상을 받았답니다!🤝🏻

Main Act

Bolcom: Three Ghost Rags

20세기 미국 음악만큼 매력적인 시대가 또 있을까요? 유럽에서 이름을 알리던 작곡가들이 미국에 정착하고,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근현대 음악이 자리잡고, 재즈가 태동하고, 락과 팝음악이 주목받은 20세기 미국 음악계🇺🇸 미국에서 나고 자란 볼컴은 여러 음악이 혼재된 이 음악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하나에 매이기 보다는 여러 장르를 융합한 작품들을 내보였죠. 그의 스승이었던 다리우스 미요와 메시앙은 대중음악을 향한 그의 관심을 못마땅해 했지만, 대중음악을 십분 활용한 그의 작품은 큰 인기를 얻었어요. 볼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세 곡의 유령 래그"도 그중 하나입니다.

“세 곡의 유명 래그"는 '우아한 유령 (The Graceful Ghost rag)',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꿈 그림자 (Dream shadows)' 이렇게 총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중 첫번째 곡인 '우아한 유령'은 최근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아름다운 연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세 곡은 래그타임을 차용한 곡이에요. ‘울퉁불퉁한 박자'라는 뜻을 가진 래그타임은 재즈의 태동에 큰 영향을 준 장르이기도 합니다. 당김음이 많이 사용되어 리드미컬한 느낌을 주는 특징이 있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쓰여진 "우아한 유령". '유령'으로 번역돼서 그렇지, 사실은 '영혼'에 더 가깝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기보다는 정말 우아한 느낌이 들죠. 볼컴은 이 곡의 악상기호로 “Moderate Rag (Don't drag)”라고 적어두었어요. 축축 쳐지게 길게 끌며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라는 의도로 적어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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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tis-Smith & Bolcom: Moonlight on Ice

볼컴은 대중음악에 관심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아주 실험적인 음악작업을 한 작곡가로도 굉장히 유명해요. 오래 글릿과 함께한 글리터라면 이제 피아노 뚜껑을 두드리거나 갑자기 휘파람을 부는 등의 연주자들의 돌발행동(?)이 다소 익숙할텐데요😂 볼컴의 대표곡 “에덴의 동산" 중 ‘뱀의 키스’도 그중 하나로, 이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발을 구르거나, 주먹을 쥐고 건반을 내리치는 식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연주한 바 있는데요, 관객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등 이제껏 클래식 공연에서 보지 못했던 퍼포먼스들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볼컴이 한 색다른 시도중 하나로, 다른 작곡가와 한마디씩 교대로 작곡을 한 작품도 있어요. 작업 스튜디오를 같이 쓰던 커티스 스미스(C. Curtis-Smith)와 한 마디씩 번갈아가며 작곡한 “Collusions”는 악보와 같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각 마디마다 누가 작곡한지 기재해두었거든요. 작곡방식뿐만 아니라 연주법도 굉장히 다양하고 특이해요. 손을 눕혀서 여러 음을 한번에 뭉개듯이 치는 부분들도 종종 보입니다🙊 오늘은 “Collusions”로 레터를 마무리하려고 해요. 짧은 현대곡이지만, 무려 두명의 공이 들어간 곡이니 꼭 한번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