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LP 라벨, 2번 트랙의 "Norewgian Wood" ©️pinterest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987년 작 소설 “노르웨이의 숲".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몇 년 전 원제를 단 양장본이 출간되며 다시금 열풍을 몰고 왔는데요🌲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제목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 6집에 실린 동명의 곡에서 기인했습니다. 소설 첫머리에는 비행을 마치고 이 곡을 듣는 주인공이 등장하죠.

비틀즈의 음악은 당시 한국에서 가사가 선정적이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처분을 받았어요. 그 때문에 한국 독자들은 책의 제목이 생소했고, 책은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변경한 후에야 한국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었어요. 그런데 곡에서의 'Norwegian Wood'는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노르웨이의 가구'라는 것을 아시나요? 곡의 화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초대받은 집에 불을 지르고는 불타는 노르웨이 가구에 대해 읊조립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해석의 여지를 분분히 남긴 존 레논의 작사 능력에 감탄을 표하게 되네요!

Main Act

멀고도 가까운 나라 노르웨이. 나라는 익숙하지만, 막상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잘 없는 것 같아요. 빙하와 그사이의 구불구불한 피오르가 펼쳐지는 장관, 그리고...연어(?)....🍣 사실 노르웨이는 두 에디터가 참 좋아하는 작곡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에드바르 그리그는 6살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12살에 처음으로 작곡을 했어요. 굉장히 유복했던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양질의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그는 졸업 후 덴마크에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 시기부터 그리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 나섰고, 당시 유럽 작곡가 모두의 관심사였던 “민족주의"를 음악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오슬로 음악협회를 만든 그리그는 어디로 연주 여행을 떠나든 자신이 노르웨이 출신임을 상당히 강조했다고 해요. 노르웨이 민요나 전설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던 예술가들과 친밀하게 지냈고, 이를 접목하여 음악을 만들어냈죠👀

그의 대표곡인 “피아노 협주곡" 역시 그중 하나예요. 곡의 전반부에 노르웨이 춤곡에서 사용되는 리듬을 차용한 한편, 후반부에는 낭만적인 화성을 활용하여 노르웨이의 자연을 연상케 한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리그는 엄청난 사랑꾼이기도 했는데요🌹 소프라노 니나 하게루프와의 행복한 결혼생활 중 작곡한 이 곡은 그리그의 대표작이자, 그의 음악 철학이 묻어있는 곡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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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1 in F-sharp minor, Op. 1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 곡의 강렬한 오프닝은 ‘그리그 사인’이라는 명칭이 생겼을 정도로 아이코닉합니다. 이 부분을 듣고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아요. 같은 조성이라는 점 외에도 짧고 강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이후 강하고 빠르게 하강하는 피아노 선율이 등장한다는 공통점 때문인 듯한데요😯 실제로 그리그는 슈만의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고, 클라라가 연주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실제로 감상하기도 했어요. 우연인지 슈만과 그리그 둘 다 평생 단 하나의 피아노 협주곡만을 작곡했습니다.

이런 느낌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하는 글리터들을 위해 강렬하게 시작하는 피아노 협주곡을 하나 더 준비해 봤어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그 주인공입니다. 짧은 오케스트라 이후에 휘몰아치듯 하강하는 피아노 선율이 위 두 곡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했고, 다른 협주곡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18살이었던 학생 시절에 작곡한 곡인데요. 여러 작곡가의 음악을 학습하며 자신의 음악에 충실하게 녹여내는, 학생 라흐마니노프의 면모가 잘 느껴지는 곡인 것 같아요. 슈만에서 그리그로, 그리그에서 라흐마니노프로 이어지는 '떨어지는 피아노 협주곡'. 이 중 여러분의 취향은 어떤 곡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