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팽, 너 농담이 지나치다?

#쇼팽 #스케르초 2번 작품번호 31

2023. 9. 15.

🙄 쇼팽, 너 농담이 지나치다?

©unsplash

오늘 연주 한번에 듣기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Orpheus Chamber Orchestra - Beethoven, Creatures Of Prometheus Op.43

2주 전에 발행된 뉴스레터에서 영화 "오펜하이머"의 사운드트랙과 영화음악 작곡가 루드비히 고란손을 다뤘었죠? 한창 상영 중인 영화여서 그런지 뉴스레터의 반응도 아주 뜨거웠는데요💥 이때 고란손을 소개하며, 그의 부모님이 루드비히 베토벤의 빅팬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펜하이머와 고란손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고리인 베토벤의 곡,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을 소개하며 뉴스레터를 열고자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하고, 그 벌로 영원히 암벽에 매달려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이는 벌을 받아요. 오펜하이머 역시 인간에게 '원자력'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지만, 인간으로서 그의 남은 인생은 결코 평탄하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최근 서점에서 자주 보이는 오펜하이머 평전의 제목 역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인 거고요.

오늘 뉴스레터에도 역시나 베토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베토벤 작품을 다룰 거냐고요? 아니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쇼팽입니다.

Main Act

Frédéric François Chopin - Scherzo No. 2 in B Flat Minor, Op. 31

👏🏻👏🏻 오늘의 메인 연주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스케르초 2번, 작품번호 31"이었습니다!

쇼팽의 왈츠나 녹턴은 익숙해도, 스케르초는 낯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쇼팽은 총 4곡의 스케르초를 작곡했는데요, 22개인 왈츠와 21개인 녹턴에 비해 확연히 적은 양입니다. 게다가 이름도 부르기 어려워서 그런지 쇼팽의 다른 곡들에 비해 국내에서는 덜 알려져 있죠. 이런 스케르초를 다시금 수면 위로 올린 것이 바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입니다. 쇼팽 국제 콩쿠르의 3라운드에서 연주한 것은 물론, 2021년 발매된 두 번째 쇼팽 앨범에서도 스케르초 네 곡 모두 선보였거든요😮

스케르초는 우스갯소리·농담·놀이를 의미하는 ‘스케르차레(scherzare)’에서 유래했지만, 여러분이 들어보면 느낄 수 있다시피, 쇼팽의 스케르초는 결코 유머러스하지 않아요. 오히려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느낌이 들죠. 하지만 쇼팽 이전의 스케르초들은 그 이름대로, 곡의 긴장을 이완하는 역할을 했어요 ⤵️

🎧 Beethoven Symphony No. 9, movement 2 | Conducted by Herbert Von Karajan

스케르초, 베토벤 VS 쇼팽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토벤 이전의 스케르초는 말 그대로 웃음을 자아내 음악에서 변화를 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래서 쇼팽처럼 하나의 악곡으로 작곡하기보다는, 여러 악장 중 3악장 정도에 위치시켜 곡을 지루하지 않게 했죠.

베토벤의 스케르초 작품들 역시 형식적으로는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한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피아노 소나타 2번 3악장처럼요. 하지만 베토벤의 스케르초는 이전에 비해 음악적으로 더 실험적이고, 확장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특유의 '밝음', '웃음기'를 걷어내고, 조금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는 것도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교향곡 9번 '합창' 2악장"이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베토벤은 이 악장을 두고 "사실인 것을 알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한 회상"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1악장과 2악장을 이어서 들어보면, 한껏 심각했던 1악장을 비웃는 듯한 감상을 받곤 해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쇼팽입니다. 스케르초를 떼어내 독립적인 악곡으로 만들었거든요. 이제는 스케르초도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하나의 악곡이 된 것이죠🔥 그중에서도 오늘의 곡, "스케르초 2번 작품번호 31"은 다른 3개의 스케르초보다 음악적으로 더 도전적이고, 정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쇼팽이 추구하는 스케르초의 정수가 담긴 이 작품, 꼭 들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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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gang Amadeus Mozart: Ein Musikalischer Spass K522

사실 진지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클래식 음악이 늘 진지하고 무거워야 한다는 법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음악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 작곡가 두 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고전 시대에 활동했던 하이든은 스케르초가 가진 ‘유희’적인 면에 집중한 작곡가 중 한 명이에요🤭 그의 곡 중 "교향곡 '놀람 (a.k.a. 놀람 교향곡)"이 대표적인데요. 안단테로 차분하고 조용하게 연주되던 곡이 어느 순간, 맥락 없이 변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속도가 빨라지고, 음량이 커지며 팀파니는 꽝꽝대죠. 하이든은 이 곡에 대해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며 직접 작곡 동기를 밝힌 바 있어요.

의외겠지만, 모차르트도 음악으로 개그(?)를 시도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음악적 농담"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농담'이라는 말답게 여기에는 해학적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기존에는 금지되었던 음악 기법들을 활발하게 사용하며, 마치 음악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마추어 작곡가가 작곡한 것 같은 음악을 만들어 냈어요. 온음음계를 사용하거나, 비대칭적으로 곡의 구간을 나눠놓는 등의 기법을 여기에서 활용했죠. 모차르트가 웃으라고 만든 실수를 음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20세기 작곡가들 덕에 오늘날의 음악이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재밌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