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께끼 작곡가! 힌트는 사랑의 인사?

#에드워드 엘가 #첼로 협주곡

2023. 1. 6.

르네 마그리트, <개인적 가치(1952)> ©madtimes

<사랑의 인사>는 대중에게 굉장히 친숙한 음악입니다. 아마 엘가의 곡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이 곡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컬러링 베이비 7공주의 'Love Song'에도 <사랑의 인사>를 샘플링한 선율이 흐르죠🎵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그러나 엘가는 그저 <사랑의 인사>를 작곡한 사람 정도로 여겨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곡가예요. 훨씬 더 많은 역사적, 음악적 스토리를 가진 작곡가거든요😲 게다가 음악 외적으로 의외의 기록(?)도 가지고 있고요. 엘가의 색다른 면을 함께 구경하러 가실까요?

에드워드 엘가 (Edward Elgar)

여러분은 '영국 클래식 작곡가'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독일이나 프랑스는 쉽게 출신 작곡가의 이름이 떠오르지만, 영국은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지 않을 거예요. 영국은 물리적 거리가 먼 만큼 음악사적으로도 유럽 대륙과 떨어져 있었거든요🇬🇧 엘가 탄생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은 바로크 작곡가인 헨리 퍼셀 이후 내로라할 작곡가를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유럽 전체에서 민족주의 바람이 불던 19세기, 영국은 민족주의는커녕 독일의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죠.

©브런치

이러한 상황에서 약 200년 만에 혜성같이 등장해 역사에 기록된 작곡가가 바로 엘가입니다. 1857년 영국에서 태어난 엘가는 오르가니스트 겸 악기사 운영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어요. 독학으로 악기 연주는 물론, 화성학과 대위법과 같은 음악이론을 터득한 그는 이후 우체스터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지휘자로 서게 되면서 본격적인 음악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런 엘가가 지휘자보다는 작곡가로 잘 알려진 것은 배우자인 앨리스를 만난 덕이 아닐까 싶어요.

1889년, 멜번에서 음악교습소를 하던 앨리스와 결혼한 엘가는 그에게 힘을 얻어 음악 활동에 박차를 가했어요. 이때 힘든 음악가 생활을 지지해주던 앨리스를 위해 작곡한 곡이 바로 엘가의 대표곡인 🔗<사랑의 인사>랍니다. 제목을 클릭하여 음악을 들어보세요. 어때요, 첫 소절만 들어도 사랑의 감정이 물씬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비록 세계대전 이후에 생긴 정신적인 회의감으로 말년에 들어서는 작품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는 침체되었던 영국 음악계를 다시 부흥시킨 영국 근대음악의 아버지로 불린답니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편지

도라벨라 암호 ©지식의 정석

앞에서 오늘의 작곡가 엘가가 가진 의외의 기록에 대해 언급했었죠. 엘가는 얌전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아직도 풀리지 않은 ‘암호’를 만든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엘가의 부인이었던 앨리스 엘가는 페니 집안과 아주 각별한 사이였어요. 그리고 그 집안의 수양딸인 도라 페니는 엘가와 17살이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좋은 친구로 지냈다고 하죠. 엘가가 자신의 곡인 <수수께끼 변주곡> 의 제10변주를 그에게 헌정하고, '도라벨라'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을 만큼요!

수수께끼를 좋아했던 작곡가. 사진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LP©deutsche grammophon

어느 날, 앨리스는 페니 가족에게 감사 편지를 쓰게 되고, 여기에 엘가가 '페니 양에게 (To. Miss Penny)'라고 남긴 간단한 편지를 덧붙였어요. 그리고 이것이 문제의 '암호'입니다. 총 87자로 이루어진 이 암호에는 글자들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기울어져 있는데요. 페니는 이 편지를 약 40년간 간직하고 있다가 1937년, 엘가에 대한 회고록을 쓸 당시 처음으로 공개했어요🫣 그 이후로 이 암호는 도라 페니의 이름을 따 '도라벨라 암호'로 불린답니다.

💡하나 더! 이제까지 수많은 전문 암호학자와 음악학자들이 이 암호를 해독하고자 했지만, 전부 헛수고로 돌아갔어요. 심지어 슈퍼컴퓨터도 풀지 못한 미해독 암호로 남아있죠. 2007년, 엘가 소사이어티 대회에서는 엘가의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암호 풀이 대회를 열기도 했다네요.

첼로 협주곡 마단조 op.85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

위 영상은 영국의 전설적인 첼리스트이자 다발성 경화증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재클린 뒤 프레의 연주입니다. 1962년 영국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이 연주는 평론가와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결국은 뒤 프레 자신을 대표하는 불멸의 레퍼토리가 되었어요👀 영상 속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 역시 현대 음악계의 전설이죠. 이 둘은 영상을 찍고 몇 년 후 결혼하여 뒤 프레의 마지막 날까지 함께했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에 발표된 엘가의 <첼로 콘체르토> 역시 건강 악화로 힘들었던 엘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작곡한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적으로도 매우 많은 도전이 들어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형식인데요. 보통 3악장으로 구성된 여타 첼로 협주곡들과는 달리, 엘가는 이 곡을 4악장으로 구성했어요. 시작하는 방식도 굉장히 색달라요. 첼로의 강렬한 독주로 음악이 시작되어 단번에 귀를 사로잡죠.

이 곡은 작곡하던 당시 엘가의 별장에 방문했던 유명 첼리스트 펠릭스 살몬드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연주자의 연습 부족으로 처음에는 큰 호응이 없었다고 해요😂 그러나 이후 엘가의 오랜 친구 베아트리체 해리슨이 연주를 하여 다시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결국 엘가의 대표곡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