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기억법

#벤자민 브리튼 #단순한 교향곡

2021. 9. 3.

👀그 남자의 기억법

얼마 전, 가을맞이 방 정리를 하다가 중학교 때 사용한 노트를 발견했어요.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며 졸업 앨범부터 다이어리까지 몽땅 꺼내 봤는데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생각들을 보며 오히려 과거의 나에게 배우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그때 사용하던 핸드폰 갤러리의 사진을 다시 볼 수도 있고, 생각을 정리하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쳐 볼 수도 있겠네요! 오늘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은 그의 과거를 독특한 방법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브리튼의 기억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벤자민 브리튼(Edward Benjamin Britten)

“브리튼은 현재이며 미래의 모든 것이다.”

-이모겐 홀스트(Imogen Holst)

영국에서 태어난 벤자민 브리튼은 어린 나이부터 작곡과 피아노, 비올라 등 다양한 음악교육을 받아 16살의 나이에 런던 왕립음악원(Royal College of Music)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쇤베르크, 베베른 등 독일 현대음악가들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브리튼은 오스트리아 빈으로의 유학을 꿈꾸었어요. 하지만 이 결정에 스승과 부모님은 크게 반대했습니다🙅🏻‍♀️ 당대 영국에서 다소 실험적인 독일의 현대음악은 마치 위험한 사상처럼 여겨졌거든요! 결국 유학은 무산되었지만, 브리튼은 영화, 문학, 미학을 공부하며 더 나은 작곡가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선과 악의 불분명함

©️Opera Wire

그런 브리튼에게 큰 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다름 아닌 오페라 <피터 그라임즈>였습니다. 브리튼의 애인이자 테너였던 피터 피어스가 초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이 오페라는 소년을 학대함으로써 기쁨을 얻는 주인공 피터 그라임즈와 그를 비판하는 동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보통 선과 악이 뚜렷하게 나뉘는 평면적인 다른 오페라 속 인물과는 달리 <피터 그라임즈>의 인물들은 매우 입체적입니다. 주인공인 피터는 소년을 아낌과 동시에 학대하고, 동네 사람들을 경멸하는 한편, 그들의 인정을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답니다.

이에 한 연구는 오페라 <피터 그라임즈>를 "사회에 의해 억압받는 개인의 이야기"라고 표현했어요. 동성애자였으며 귀화로 인한 양심적 징병 기피자였던 브리튼의 정체성이 오페라에 일부 투영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BRITISH INVASION?

©️Rolling Stone

영국은 음식을 포기하고 음악을 얻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1960년대 록음악의 본거지인 만큼 영국이 대중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정말 지대하죠. 그 영향력을 지칭하는 'British Invasion'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만큼요. 그러나 의외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영국은 오랜 시간 동안 변방 국가였어요. 17세기 작곡가 헨리 퍼셀 이외에는 역사에 중요하게 기록된 작곡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던 영국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19세기 이후였습니다.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귀족의 문화로 여겨졌던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자 아마추어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영국은 20세기에 이르러 과거 어느 때보다도 서양 음악사에 중요한 나라로 우뚝 서게 됩니다.

단순한 교향곡(Simple Symphony)

©️Song Lyrics

이름부터 재미있지 않나요? <단순한 교향곡(Simple Symphony)>이라니! 벤자민 브리튼이 20살에 작곡한 <단순한 교향곡>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자주 연주되기도 하고요🙌🏻

1. 떠들썩한 부레

2. 장난스러운 피치카토

3. 센티멘털한 사라방드

4. 활기찬 피날레

각 악장의 제목을 가져와 봤는데요. 교향곡에 유머 한 방울, 정말 브리튼다운 곡이네요💁🏻‍♀️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곡의 작곡기법이에요. 20세기는 각종 전쟁과 혁명 등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는데요. 이에 예술계에서도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벤자민 브리튼은 ‘내 음악들을 섞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단순한 교향곡>은 그가 10대 초반에 썼던 여러 작품을 각 악장에 붙여 만든 리메이크곡이에요. 그래서 10대 초반에 쓴 곡이라고 해야 할 지, 20살에 쓴 곡이라고 해야 할 지 명확지 않죠🤔 안타깝게도 초고가 된 유년 시절의 작품들은 유실되었지만, <단순한 교향곡>을 통해 그 작품과 작품이 쓰여진 브리튼의 과거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