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몬트리올의 재즈 라이더

Oliver Johnes: Why Think About Tomorrow

가족에게 과외를 받거나 운전 연수를 받아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가족에게 배운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가족을 가르치는 일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음악가였던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부터 배워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딘 인물들은 꽤 많습니다만, 형제나 자매에게 배운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재즈 역사에 쓰인 오스카 피터슨은 흔치 않게 누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요.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올리버 존스의 피아노 스승이기도 한 피터슨의 손위 누이, 데이지 피터슨 스위니는 콩쿠르나 대회 준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라이딩(?)까지 하는 열성 선생님이었다고 합니다. 몬트리올 흑인 커뮤니티 유스 합창단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흑인 음악가들을 키우는 일에도 힘썼다고 전해지죠.

Main Act:

누나의 가장 유명한 제자

The Oscar Peterson Trio: In Tokyo, 1964

스위니의 제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친동생이지 않을까 싶어요. 192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오스카 피터슨은 6살부터 피아노를 쳤습니다. 원래는 클래식 피아노를 치다가, 10대 후반부터 재즈 피아노로 전향했어요.

오스카 피터슨이 본격적으로 재즈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아트 테이텀(Art Tatum)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트 테이텀은 맹인에 가까운 좋지 않은 시력에도 불구하고, 속주로 명성을 떨친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예요.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테이텀의 연주를 처음 듣고는 “내가 피아노를 친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이 컸다는 오스카 피터슨. 테이텀 특유의 빠르고 화려한 즉흥 연주는 피터슨의 음악관에 큰 영향을 주었고, 몬트리올의 세인트 앙리 지구 클럽에서 연주를 시작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오늘의 곡 “in tokyo, 1964”는 1964년 6월 2일 도쿄의 산케이 홀에서 가졌던 재즈 실황을 담은 앨범입니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총 3개 악기로 심플하게 구성되었지만, 많은 재즈 팬을 만족시킨 연주로 유명해요. 총 16곡이 수록되었고, 자신의 곡을 포함하여 듀크 앨링턴 등의 곡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자가 이들을 소개하는 멘트가 상당히 인상 깊어요.

"가장 명성 높고 독창적인 클래식 재즈 그룹 중 하나,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를 소개합니다!

(One of the most renowned, unique, classical jazz group. Ladies and Gentlemen,

The Oscar Peterson Trio!)"

More...:

노먼 그란츠가 아니었다면

Ella Fitzgerald: I Got Rhythm
From "Ella Fitzgerald Sings The George And Ira Gershwin Song Book"

오스카 피터슨의 인생을 바꾼 것은 1949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당시 라디오는 한 지역 나이트클럽에서 라이브 중이던 피터슨의 연주를 실황으로 내보내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택시에서 이 라디오를 들은 그란츠는 택시 기사에게 즉시 이 피아니스트를 만날 수 있게 클럽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고, 이 만남은 피터슨을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으로 거듭나게 했죠.

사실 노먼 그란츠는 단순한 프로듀서가 아니라, 재즈 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재즈는 연주자의 인종과 무관하게 최고의 무대에서 연주되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위약금을 물어내는 한이 있어도 인종을 차별하는 무대에는 자신의 아티스트를 세우지 않았죠. 그란츠는 이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Jazz at the Philharmonic(JATP)”이라는 투어 콘서트를 조직했는데요. 이 무대는 흑인과 백인 연주자들이 함께 서는 평등한 공연장이자, 스윙·비밥·쿨 재즈를 넘나드는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오스카 피터슨이 그란츠와 처음 함께 한 1949년 무대도 바로 'JATP'였답니다!

💡 하나 더! 그란츠는 그 유명한 'Verve' 레코드사의 창립자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재즈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앨범 중 하나인 엘라 피츠제럴드가 부른 스탠다드 곡 모음집, ‘Song Book’ 시리즈를 펴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