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연습의 왕도

J.B. Cramer: Fifty Selected Piano Studies No. 5

런던의 음악 출판사, 크라머 앤드 컴퍼니의 설립자인 J.B. 크라머.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Fifty Selected Piano Studies’ 연습곡집은 '에튀드의 시초'격으로 불리며, 수많은 피아노 입문자에게 피아노 기초를 가르쳐준 곡입니다. 무려 지금까지도 그의 연습곡이 쓰일 정도로요. 그런데 이 에튀드의 탄생 이면에는 가려진 대단한 스승이 있었는데요. 바로 엘렌 드 몽쥬루입니다💁🏻‍♀️

엘렌은 프랑스 귀족 출신으로, 프랑스 혁명의 한복판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냈어요. 단순히 피아니스트·작곡가에 그치지 않고,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성 교육자로서 프랑스 음악계를 이끌었죠. 파리 음악원이 처음 문을 연 18세기 말, 몽쥬루는 피아노 교수로 임명되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교수가 됩니다. 이곳에서 직접 크라머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자신의 이름으로 대형 연습곡집을 출간했어요. 오늘은 몽쥬루의 파란만장한 삶과 에튀드를 소개할게요!

Main Act:

스승들의 스승, 엘렌 드 몽쥬루

Hélène de Montgeroult: Piano Étude No. 104 in G-Sharp Mino

수많은 제자를 위해 쓴 에튀드는 그전까지 손가락 연습곡으로 인지되던 에튀드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단순 연습곡이 아닌, 멜로디와 서사가 있는 곡이었기 때문인데요. 감정 표현과 음악 해석까지 아우르는 소나타와 같은 이 곡들은 그가 파리 음악원 교수로 있으면서 썼다고 알려졌으며, 무려 700쪽에 달한다고 하죠. 이 에튀드는 한동안 '전설의 교과서'로 여겨지며 로베르트 슈만, 클라라 비크 등에 의해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몽쥬루는 특유의 교육법으로도 잘 알려졌는데요. 학생들에게 “모든 음악을 두루 경험하고 과감하게 연구하라”는 조언을 하였고, 덕분에 제자들은 악기의 테크닉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안목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혁명 직후 혼란과 변화의 한가운데서 교수로 임명된 드문 여성 음악가였던 그는 독특한 교수법으로 크라머 뿐만 아니라 조르주 비제, 드뷔시의 스승 마르몽텔에게 가르침을 전했어요. 실제로 마르몽텔은 “내 음악의 뿌리는 몽쥬루의 연습곡에 있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네요!

More...:

마리 앙투아네트를 살려라!

Hélène de Montgeroult - Sonata No. 9

방금 시기적으로 '프랑스 혁명'을 언급했는데요. 그가 한창 활동하던 18세기 말의 프랑스는 그야말로 혼돈이었습니다. 엘렌은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의 하나로서 음악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러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의 삶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무려 두 번이나 투옥되었고, 단두대에서 처형당할 위기를 겪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엘렌은 루이 16세 왕가를 지지하고, 비교적 온건한 혁명을 꿈꾸었는데요. 혁명 당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라도 살려보고자 했지만, 결국 이탈리아 국경에서 오스트리아군에게 붙잡히고, 그 길로 남편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몽쥬루는 그 비극적인 순간에도 피아노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았어요. 전해지는 이야기 중엔, 감옥에서 마주한 재판관들을 위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화려하게 즉석 변주해 보이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 같은 일화도 있을 정도지요. 남편을 잃은 슬픔과 정치적인 여건,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주해야 했던 한계들이 있음에도 몽쥬루는 음악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극적인 순간들이 몽쥬루의 음악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