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헌정은 동료에게, 기회는 제자에게

George Enescu: Romanian Rhapsody No.1

벨기에 출신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외젠 이자이는 당대 이름을 알리던 6명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곡을 씁니다. 요제프 시게티, 자크 티보, 프란츠 크라이슬러와 같은 명 연주자가 그 대상이었죠🎻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6개의 소나타”는 그리하여 탄생했는데요. 그중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고, 6번과 더불어 유일한 단악장 곡인 3번 "발라드"는 루마니아의 바이올리니스트 제오르제 에네스쿠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정작 곡의 초연은 에네스쿠가 아닌, 이자이의 애제자 요제프 긴골드에게 돌아갔지만요. 생각해 보면 이자이는 헌정의 방식으로 동료 연주자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한편, 제자들에게는 연주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가장 하단에 있는 같이 읽으면 좋은 뉴스레터를 참고하세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루마니아의 민족주의 작곡가 제오르제 에네스쿠. 이자이가 꼽은 여섯 명의 연주자에 들었을만큼 뛰어난 연주자였고, 루마니아 하면 떠오르는 곡, "루마니안 랩소디"를 쓴 그는 어떤 음악가였을까요?

Main Act:

루마니아 랩소디는 원 히트 원더?

George Enescu: Romanian Rhapsody No.1

에네스쿠를 소개하는 한 단어가 있다면 만능 엔터테이너일 거예요. 작곡, 연주, 지휘 심지어는 음악 연구까지 섭렵했던 그는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음악가이기도 한데요. 심지어 루마니아 지폐에는 그의 초상화가 실려 있고, 루마니아 공항명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공항이에요🤓 그의 이름을 딴 콩쿠르,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가 동유럽권에서 가장 큰 콩쿠르인 것만 보아도 그가 루마니아, 나아가 동유럽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루마니아의 지독한 에네스쿠 사랑은 인정해야겠네요🌹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인정받고, 한때는 토스카니니의 후임으로 뉴욕필하모니 상임지휘자 후보에 오른 그는 사실 작곡가로서 많은 작품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그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오늘 다루는 “루마니안 랩소디 1번”과 2번이죠🇷🇴 에네스쿠가 무려 17살의 나이에 작곡한 이 곡은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지친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네스쿠는 이 작품들이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것을 우려했다고 해요. 제목에 나라명을 쓴 이 두 곡만으로 루마니아 음악의 다양성이 축소될까 봐 걱정한 것이었죠. 과연 음악 연구자다운 생각이네요!

💡 하나 더! 에네스쿠에 앞서 "루마니안 랩소디"를 작곡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작곡가 치프리안 프룸베스쿠(Ciprian Porumbescu, 1853-1883)인데요. 30세의 나이에 부당한 정치적 의혹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그의 🔗나라를 향한 마음도 한번 들어보세요. 에네스쿠와 달리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절로 엄숙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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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 얼굴이 실리려면

George Enescu: Chamber Symphony, Op. 33

위에 언급된 에네스쿠의 직업만 해도 4개가 넘는데요, 사실 에네스쿠는 이 외에도 많은 직책들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는 파리 음악원뿐 아니라 루마니아, 뉴욕 등 다양한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리로이 앤더슨이나 크리스티앙 페라스 같은 유명 음악가들을 길러내는 한편, 4중주단과 오케스트라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했죠.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루마니아의 민속 음악 연구에 있어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처럼 루마니아에도 국민악파가 있었습니다. 에네스쿠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악파는 루마니아의 민속 음악을 복원하고, 서구 음악과의 조화를 고민하였습니다. 에네스쿠는 루마니아의 전통 음악을 연구하기 위해 음악학을 공부한 것뿐만 아니라, 작곡가 협회를 결성하기도 했어요. 조국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지폐에 얼굴이 실리나 봅니다💶

물론 에네스쿠의 작품 중에는 루미니아적인 성격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현대적인 실내악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어요. 오늘의 마지막 곡 "Chamber Symphony, Op. 33"은 12개의 악기가 연주하는 실내악곡인데요. 에네스쿠 생애 마지막 해에 쓰인 이 곡은 조성도 모호하고, 음향 실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장르에 치우치기보다는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게 흥미로우면서도, N잡러 에네스쿠 답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