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길었던 이번 설 연휴, 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시아인에게는 한 해를 시작할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죠. 바로 1월 1일과 음력 설날입니다🧧 서양에서는 “Chinese New Year”로 불리곤 했지만, 이는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음력 설을 쇠는 모든 문화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Lunar New Year라는 표현을 쓰는 추세예요!

위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아주 오래전 서양은 중국을 동아시아의 표상처럼 여겨왔어요.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차이나타운은 오리엔탈리즘과 여러 맥락에서 연결되는데요. 미국의 경우,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대량 발견되는 골드러쉬 이후 많은 중국인이 유입되어 촌락을 형성한 것이 그 효시라고 해요.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동아시아는 상상 속 공간이었지만, 차이나타운이 생긴 이후로 미국인들은 이들과 물리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구분 짓기를 했죠. 그들은 이들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며 이국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서구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차이나타운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재현되어 왔어요. 오늘은 영화 <Chinatown> OST를 시작으로, 작곡가 크라이슬러의 시선으로 차이나타운을 엿보려고 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ain Act

Fritz Kreisler: Tambourin Chinois

우리에겐 “사랑의 기쁨”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크라이슬러. 빈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크라이슬러는 당대 클래식 음악가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금수저를 가졌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성지에서 태어나, 부유한 아버지 밑에서 6살부터 최고의 음악가 밑에서 레슨을 받으며 뛰어난 실력으로 12살에 파리 음악원을 최우수로 졸업했거든요🤓 이듬해 뉴욕 스타인웨이 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지만, 이후 의사의 길도 잠시 걸었다가 군 생활을 하는 등 여러 활동으로 음악과 멀어졌었죠. 하지만 이후 다시 음악의 길을 걸으며 연주 생활의 전성기를 만들어갑니다.

사실 크라이슬러는 작곡가보다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소개되는 편이 낫습니다. 그의 바이올린 기교와 연주 실력은 전 세계를 휩쓸 정도였거든요🫢 크라이슬러가 작곡한 작품들은 대부분 음악사적 가치가 있다기보다는 바이올린의 기교를 강조하거나, 듣기에 좋은 직관적인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악기의 비르투오소가 작곡한 곡이 흔히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죠. 

오늘의 곡 “Tambourin Chinois(중국의 북)”는 크라이슬러가 미국을 여행할 당시,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이라고 해요. 작곡 당시까지 크라이슬러는 중국이나 동아시아 국가에 방문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유럽인이 느낀 미국에서 만들어진 중국의 이미지, 그 이국적인 무언가를 상상하며 만든 곡이에요. 아주 빠르고 화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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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goras Dinicu: Hora staccato by Jascha Heifetz

이 곡을 출판한 지 13년이 지난 1923년, 그는 투어를 위해 처음으로 동아시아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이 투어 도시 중 하나로 현재 한국의 서울인 경성도 있었답니다. 일제강점기 시대였기에 한국인들보다는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이 관람했다는데요. 경성의 외국인들로 구성된 “국제친화회”의 초청으로 개최된 이 연주는 현재 소공동 지역의 한 공연장에서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연주를 성사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영환이에요🎩

한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동경 음악학교에 입학하여 피아노를 배운 그는, 한국에서는 해외 음악가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김영환이 남긴 글을 보면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다음은 그가 크라이슬러 이후에 초대한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를 초청했을 때 쓴 글의 일부입니다. 

‘개런티는 하룻밤 무대에 2000원을 줘야 했다.

게다가 동경-경성 간의 여비와 조선호텔에 묵는 숙박비까지 전담해야 했으니 부담이 큰 것이었다.’

하룻밤 무대에 2,000원이었다니! 심지어 티켓값은 3원이어서 표를 한참 팔아도 개런티 주기에도 무리였다고 해요. 나중에는 보증까지 서서 연주를 이어 나갔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김영환은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고, 이는 많은 국내 음악가가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한국 음악계에 남긴 것은 단순히 제자들뿐이 아닌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