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님은 한 사람을 향한 완전한 사랑을 믿으시나요?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작가 샤갈은 아내 벨라에 대해 “오직 벨라를 통해서만 사랑을 느끼고, 행동하고, 그림을 그려왔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실제로 샤갈의 화풍은 벨라와의 결혼 이후에 밝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오늘 썸네일에 등장한 그림 “에펠탑의 신랑 신부"는 샤갈이 벨라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벨라는 이 작품을 죽을 때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다고 하죠.

사실 이 그림은 장 콕토의 동명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에요. 그리고, 이 시를 토대로 한 동명의 음악도 있는데요. 1921년 프랑스 6인조가 작곡한 발레 음악 "에펠탑의 신랑 신부"가 바로 그것입니다🤵🏻‍♂️👰🏻‍♀️ 에릭 사티에 대한 존경심으로 모인 그룹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6인조'에 숨은 인물이 있다면 바로 장 콕토일 거예요. 이들의 미학적 강령에 관해 쓰고 발표한 것도 장 콕토거든요. 글 하나로 미술 작품에 음악까지! 오늘은 20세기 초반, 프랑스 예술계를 그야말로 뒤흔든 장 콕토와, 그와 닮은 음악가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소개할게요.

Main Act

Phliip Glass: La Belle et la Bête - Arr. for Piano duet: I. Ouverture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는 아마 장 콕토를 위한 수식어일 겁니다. 그는 시, 음악, 영화 게다가 디자인에도 능통했거든요. 그냥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각 분야에서 굉장한 업적을 이룩하였어요. 예컨대 🔗칸 영화제의 월계수 로고를 디자인한 것 역시 장 콕토였죠🙊 그렇다 보니 당대 프랑스 예술은 그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본 글리터라면 기억할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한 파티가 바로 장 콕토를 위한 파티였을 만큼요!

오늘 소개할 “미녀와 야수"는 그가 감독한 세 번째 영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1946년이라는 시대를 반영하는 흑백 연출과 분장 덕에 많은 그로테스크 필름 팬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 작품을 그저 영화에 관심이 있던 한 예술가의 패기 있는 도전으로 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예술 창작의 본질에 가까운 영화로 평가한 음악가가 있습니다. 바로 현시대 가장 잘 알려진 미니멀리즘 작곡가 필립 글래스예요✍🏻

글릿도 여러 번 다룬 적 있는 필립 글래스는 현재도 여러 음악가와 협업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작곡가 중 하나입니다. 미니멀리즘 음악을 베이스로 한 그의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필름 오페라예요. 무성영화를 상영함과 동시에 음악을 연주하는 형태인데요. 이름에 걸맞게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성악가가 선율이 있는 노래로서 연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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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Glass: Duet in "Stoker(2013)"

음악적 형태로는 매우 단순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필립 글래스의 음악들, 그러나 현시대 작곡가 중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음악가 역시 필립 글래스일 것입니다😲 "해변의 아인슈타인"과 같은 전위적인 오페라를 선보이는 한편, 90년대 말에는 "영광의 괴물들"이라는 디지털 오페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오페라는 에디터들에게도 다소 낯선데요. 이게 오페라이긴 한데, 각종 전파(?)들이 난무한 화면 안에 그 어떤 가수나 연주자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작품이에요. 대중음악과의 콜라보도 꽤 활발해서 영국의 글램록 가수 데이비드 보위와도 같이 음악을 만들었고, 보위의 곡 "Heroes"에 영감을 받은 동명의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죠.

그런 그가 2000년대 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영화음악이에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기초로 하는 영화 <The Hours>는 물론, <캔디맨>, <트루먼쇼>의 음악이 모두 그의 작품입니다🎬 이처럼 눈부신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보다 보면 눈에 띄는 이름이 등장해요. 바로 우리나라 박찬욱 감독인데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로 합을 맞춘 바 있는 이 둘. 극의 감정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음악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필립 글래스는 불협화음과 특유의 미니멀한 음 배치를 활용하여 그 섬세한 긴장감을 그려냈습니다.

이렇게 보니, 필립 글래스와 장 콕토가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기도 하네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필름 오페라 기획과 연출, 미니멀리즘 음악 등 자신이 원하는 본질을 그려내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장치들을 활용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필립 글래스가 유독 장 콕토의 작품을 자주 활용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