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kar Kokoschka, Self-Portrait with Alma Mahler©️flickr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존재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것처럼 느껴지는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어요. 어딜 가나 주목을 받고, 그들의 발자국이 곧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되죠. 알마 쉰들러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알마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뮤즈이자, 뛰어난 예술가였어요. 작가  겸 작곡가 겸 편집자 겸...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였죠.

오늘은 알마 쉰들러를 사랑한 작곡가 쳄린스키의 곡으로 레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쳄린스키는 브람스에게 음악을 배운 수재였는데요. 알마는 10대 시절 그와 짧은 연애 감정을 나누었으나, 이후 우리가 잘 아는 구스타프 말러와 연애를 시작합니다👩🏻‍❤️‍💋‍👨🏻둘은 좋은 친구로 남게 되었고, 쳄린스키는 알마의 남편이 된 말러를 쇤베르크에게 소개하며 네트워킹을 돕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곡은 다수의 공연장에서 외면받는 등 쉬이 연주되지 않았죠.

이처럼 음악계 공공연한 불운의 아이콘인 쳄린스키는 그 후로도 알마를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해요. 여기 가까운 곳에 사랑을 두었음에도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그의 마음을 담은 곡이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Die Seejungfrau(The Mermaid, 인어공주)”가 그 주인공이에요. 오늘은 이 곡을 필두로 흔히 말러의 부인으로 알려진 알마 쉰들러의 음악가적 삶과 노래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Main Act

1879년, 빈의 유명 화가 에밀 야콥 쉰들러의 딸로 태어난 알마 쉰들러. 13살에 아버지를 잃은 후 피아노 공부에 몰두한 그는 10대 시절 작곡을 공부한 것은 물론, 문학을 가까이 접하며 예술적 견문을 넓혔어요🤓 그리고 10대 후반에 접어들어 사교계로 진출한 그가 만난 사람은 바로 작품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브 클림트예요. 알마는 그에 대해 “클림트는 위대한 첫사랑으로 나의 인생에 들어왔다.”라고 기록했는데요. 강렬한 첫 만남과 달리 이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고, 그 후에 만난 것이 바로 쳄린스키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둘은 비밀 연애를 지속하다가 알마가 말러와 만나게 되면서 마무리되었어요.

22살의 알마보다 무려 19살 연상이었던 말러는 결혼 전, 알마의 작곡 활동을 금지하는 조건을 내밀었습니다. 둘은 결혼 전부터 이 문제에 관해 갈등이 있었고, 알마는 이를 자서전에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어요.

“나는 가끔 날개를 잘려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나는 오랫동안 번민했다. 내 마음의 갈등이 그 원인이거나 아니면 그 결과겠지. 하지만 나는 이 며칠간의 낮과 밤을 통하여, 또다시 음악을 엮고 있었다. 말을 하면 그 말 밑에는 엮어지는 음악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알마 말러, 1902년 11월

1910년 알마의 곡 중 가장 처음으로 출판된 오늘의 곡 "5 Lieder"는 제목처럼 총 다섯 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출판은 늦었지만, 실제로 곡이 작곡된 것은 알마가 열렬한 사랑을 경험하고, 많은 예술가와 교류한 시점인 1898년에서 1902년 사이로 추정된대요. 그래서일까요, 비록 어린 나이에 작곡한 곡이지만, 굉장히 성숙한 음악가의 작품처럼 들립니다. 화려한 아르페지오와 긴장을 더하는 화성들의 사용으로 단 한마디도 심심할 틈 없이 꽉 채워진 감상을 느낄 수 있어요✍🏻

💡 하나 더! 그의 작품활동을 돌아보면 대부분 청소년기의 작품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는 결혼으로 인한 단절 때문으로 추정되는데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말러 부인'이 된 이 예술가는 이미 청소년 시기에 100곡이 넘는 예술가곡과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출판이 되지 않은 탓에 지금은 17곡 정도만 남아있죠. 오늘의 곡 "5 Lieder"를 포함한 몇 개의 곡들이 출판될 수 있었던 이유도 참 흥미롭습니다. 억압에 지친 알마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사랑에 빠지자, 조급해진 말러가 그의 마음을 돌리고자 곡 출판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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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n Berg: Violin Concerto

알마는 구스타프 말러 사후 두 차례 결혼하고, 여러 번의 연애를 하며 지냈어요. 오늘 헤더 이미지를 그린 화가 코코슈카와도 연인 사이로 지냈는데요. 코코슈카는 알마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를 본뜬 인형(?)까지 만드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음악계에서 손에 꼽히는 이슈 메이커였던 알마, 그러니 그에게 헌정된 작품...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을 것 같죠?😅

대표적으로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여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첫 남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이 있겠고요! '천인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제8번과 함께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제10번 역시 알마에게 헌정된 작품입니다🥰 이 외에도 벤자민 브리튼을 비롯한 여러 유명 음악가들이 그에게 음악을 헌정했어요. 벤자민 브리튼은 알마가 자신의 음악적인 스승인 말러와 알반 베르크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에게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을 헌정했죠.

그 외에도 알반 베르크는 알마의 딸을 위한 곡을 쓰기도 했는데요. 바우하우스의 창립자인 발터 그로피우스와 알마 사이에 태어난 딸 마농이 19살에 세상을 떠나자, 평소 마농을 아끼던 베르크는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했어요. 현대음악의 정수로 여겨지는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어느 천사를 회상하며..." 헌사가 붙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