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William Waterhouse, "Psyche Entering Cupids Garden(1905)" ©️hubpages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어쩌면 베버의 곡 중 가장 유명할 "무도회의 권유 (Aufforderung zum Tanz)". 비록 “합창 교향곡”이나 “메시아”처럼 제목이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곡이 시작되면 익숙한 선율에 귀가 뜨이곤 하죠👀 하지만, 이 곡이 원래 피아노곡이었다는 사실과, 우리에게 익숙한 버전이 다른 작곡가에 의해 편곡된 버전이라는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초에 베버가 피아노곡으로 작곡한 이 곡은 베를리오즈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하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어요. 오케스트레이션은 편곡의 여러 갈래 중 가장 흔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요. 또 다른 대표적인 예시로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곡 대부분은 림스키코르사코프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편곡’의 과정이 음악에 큰 영향을 준 경우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편곡’과, 그에 관한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Main Act

2015년과 2023년, 한국인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박재홍이 각각 페루초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이는 음악가 “부소니”가 한국에도 이름을 알린 계기이기도 한데요. 부소니가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그의 이름을 딴 콩쿠르가 열리고, 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들이 명예로운 걸까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심지어 음악학자이기도 했던 부소니는 바흐를 동경한 음악가로도 유명합니다. 이탈리아의 두 음악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9살 때 루빈스타인의 후원으로 연주회를 하고, 12살에는 자신의 곡을 관객 앞에서 지휘하는 등 어릴 때부터 특출난 재능을 보였어요. 그런 그가 ‘편곡’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낀 것은 20대 후반부터였습니다✍🏻 연주 여행을 끝내고 베를린에 정착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바흐 음악을 편곡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유럽 전역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오늘의 곡 “대위적 환상곡”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대위법은 두 개 이상의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 기법으로, 바흐가 오늘날까지 인정받는데는 그가 대위법의 대가였다는 점이 큰 몫을 하는데요👩🏼‍🦱 이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오늘 소개하는 "대위적 환상곡'은 그의 바흐를 향한 존경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인 것 같아요. 이처럼 바흐의 스페셜리스트(?)였던 부소니. 그의 바흐 편곡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대체로 원곡에 충실하며 테크닉적인 변형을 적용. 둘째, 부소니의 해석을 가미한 바흐 악보 출판(에디션). 셋째, 바흐의 주제나 작품에 기초를 두고 이를 활용. "대위적 환상곡"에는 위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부소니의 음악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에디터는 주저 없이 이 곡을 고를 것 같아요!👍🏻

💡하나 더! 1907년, 부소니가 출판한 음악 잡지 “신 음악미학에 대한 소고"는 당대 음악계에 큰 반향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 글에서 부소니는 음악의 형식을 강조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음악에서 12음계만 쓰이기보다는 그사이에 있는 미분음까지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어요. 결과적으로 이는 후대의 많은 현대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줬고, 얼마 안 가 미분음을 활용한 음악이 나오기도 했죠. 이로써 ‘20세기 음악의 예언자’라는 별명을 얻은 부소니. 이 글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음악과 시간에 관한 것인데요. 스스로 자신의 작곡 스타일을 '시간의 편재'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그의 음악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집니다.

More...

Bach: Passacaglia & Fugue in C minor (Orch. Stokowski)

편곡과 작곡, 한 글자 차이지만 이 둘은 굉장히 다릅니다. 편곡은 이미 있는 곡을 변경하거나, 그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작곡은 백지상태에서 음을 하나하나 채워나가야 하죠. 클래식 음악에서 편곡은 때로는 '변주곡'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행해져 왔습니다. 그만큼, 음악미학 분야에서 편곡은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어요.

부소니는 편곡 자체를 창작이라고 주장한 음악가였습니다😯 그는 애초에 무형으로 존재하는 음악을 악보에 적어 내려가는 것부터가 일종의 편곡이라고 보았는데요. 이후 악보에 있는 것을 연주로 재현하는 과정 역시 편곡이라고 주장했어요. 사실 그가 가장 존경하던 바흐 역시 오르간 분야에서 많은 편곡을 했던 음악가입니다. 어쩌면 부소니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편곡된 작품이 늘 원곡의 그늘 아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출처를 밝혀 원곡에 대한 존중을 벗 삼는 편곡된 음악들은 저 나름의 역사와 재현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