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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일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금, 여러 음악 매체 역시 온라인 열차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의 🔗크노마이오페라도 그중 하나인데요, 온라인으로 오페라를 중계하는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에서는 국립 오페라단이 선보이는 공연의 라이브는 물론, 다양한 유/무료 VOD를 만나볼 수 있어요🤓

다가오는 가장 빠른 라이브 중계로는 10월 19일 "탄호이저"가 예정되어 있고,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순수한 사랑에 싫증을 느끼고 쾌락마저 권태로워진 음유시인 탄호이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오페라는 바그너의 작품으로, 워낙에 대작인지라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에디터 Wolfie는 이전에 영국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관람했던 "탄호이저"를 잊을 수가 없어요(바그너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는 작곡가임이 분명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은 직접 관람을, 방문이 어렵다면 낙담 말고 '크노마이오페라'를 적극 활용해 보심이 어떨까요?

Main Act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뿐만이 아닙니다.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역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이들은 지난 2월부터 🔗LaScala Tv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를 해왔는데요. 라 스칼라가 선택한 첫 작품은 바로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입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실제로 베르디는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가였던 빈센초 라비냐를 사사하기도 했죠. 동시에 철학과 역사, 정치적으로도 살펴볼 구석이 많은 작품이라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너무 잘됐죠!

1282년, 당시 프랑스 앙주 가문의 지배를 받던 시칠리아 섬은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태였습니다. 앙주 가문이 신성 로마 제국의 호엔슈타우펜 가문을 몰아내고 집권한 것이었기 때문에, 로마 제국은 지속적으로 반란을 꾀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죠. 그리고 그해 부활절, 시칠리아의 반란군이 일어섰습니다. 이들은 앙주 가문과 3천여 명의 프랑스인을 공격하였고, 왕의 배를 불태우기에 이르렀어요😧 이것이 바로 '시칠리아 만종사건'으로, 작품 줄거리의 바탕이 되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여기에 로맨스와 애국심,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 등을 담아 각색한 것이 바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이고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는 호엔슈타우펜의 공녀인 엘레나와 반프랑스 세력 우두머리인 아리고라는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시칠리아인으로, 본인들을 핍박하는 프랑스에 항거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에요🇫🇷 특히 엘레나는 자신의 오빠를 살해한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에게 인질로 잡혀있었죠. 그런 몽포르테는 아리고가 과거 헤어진 연인과 낳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아리고는 조국과 못다 받은 아버지의 사랑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이탈리아 입장에서 이토록 민족적인 오페라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위촉되었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반프랑스 정서를 가져서인지 초연 당시에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이런 것을 보면 베르디도 은근히 반골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이후 이집트의 의뢰로 작곡한 <아이다>에서도 에티오피아 공주를 주인공으로 삼았거든요!

💡 하나 더! 파리가 베르디에게 내건 조건 중 다른 것은 바로 '외젠 스크리브의 대본으로 쓰인 오페라일 것'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극작가였던 외젠 스크리브는 그랑 오페라의 주역인 마이어베어와 여러 차례 협업하며 대작을 만들어낸 당대 최고의 작가였는데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원작인 <묘약>을 쓰기도 했죠.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같이 읽으면 좋은 뉴스레터'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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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useppe Verdi: Di Provenza Il Mar, Il Suol (La Traviata)

베르디의 작품 대부분에는 뜻밖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존재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인데요. 가장 대표작으로 꼽히는 "리골레토"에서는 딸을 되찾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시몬 보카네그라" 역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딸을 만난 시몬 보카네그라의 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죠👨‍👧 베르디의 또다른 작품인 "아이다", "루이자 밀러", "나부코" 등이 모두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그린 작품들에 해당합니다. 한편,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도 종종 등장하는데요. 오늘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서와 같이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베르디 오페라에서 '어머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요. 앞서 이야기했던 "시몬 보카네그라"에서도 어머니는 이미 죽은 혹은 죽어가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베르디의 작품들이 굉장히 '민족주의적'이고, 그만큼 기득권에 저항하는 혹은 핍박받는 소시민을 다루고 있기에 이에 대한 비유로서 아버지와 딸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베르디 자신도 어린 아들을 잃었던 경험이 있어요😥 큰 실의에 빠져 오랜 기간 작품활동마저 하지 못했었기에, 어쩌면 부자 관계를 오페라 속에서라도 더 그려낸 것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