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pione Vannutelli, “Mary Stuart walks to the Scaffold(1861)”©flickr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운명이 갈라놓아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칭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이 커플은 만난 지 단 5일 만에 사랑에 빠져 목숨을 잃는데요. 그래서인지 다소 철없고 무모해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희곡의 원작 격인 이탈리아 작가 루이지 다 포르토의 자전적 소설 “새로이 발견된 두 고귀한 연인 이야기"에서는 그 전개가 조금 다릅니다😮 이 소설 속 줄리엣은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줄리엣과는 달리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예요.

19세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극작가 로마니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다 포르토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대본을 썼습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를 침착하고 바른 청년으로 묘사한 것과 달리, 줄리엣에게 야반도주를 강요하는 다혈질적인 남성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줄리엣은 그런 로미오를 ‘가족과 조국을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 없다’라며 단호하고 차분하게 설득하죠.

에디터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또 공부하는데요. 이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뉴스레터를 발행했음에도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접했어요. 오늘 Opening Act에서는 여기서 나아가 원작을 주제로 한 오페라가 여럿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을 한 권 소개할게요💁🏻‍♀️ 글 쓰는 성악가 지나 오의 “오페라의 여인들”입니다. 성악가로서 다양한 오페라를 접하면서 한 캐릭터가 작가나 작곡가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 그는 오페라 속 10명의 여인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글릿이 지금까지 다뤄온 여성 음악가, 그리고 음악 속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보다 극적이고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는데요. 연휴 내내 이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 Editor S: 남성의 목소리를 빌리거나 남성에게 목소리를 빌려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많은 여인. 스스로를 표현하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어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성악가의 목소리로 들어서인지, 노래를 듣는 것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에요.  

⚡️Editor W: 단순히 작품의 역사라던가 작곡가의 이야기를 나열한 것이 아닌, 작품의 탄생 맥락을 살피는 깊이 있는 책이에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전개가 참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은 꼭지는 책장을 접어놓았답니다. 다회독할 가치가 있는 책!

*이 콘텐츠는 유료 광고를 포함합니다. 

Main Act

Gaetano Donizetti: Maria Stuarda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천일의 스캔들”. 아마 역사물을 좋아하는 글리터라면 보지는 않았어도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영화의 주인공 헨리 8세와 앤 불린은 영국의 최전성기를 이끈 엘리자베스 1세의 부모입니다. 오늘 소개할 도니제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엘리자베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메리 스튜어트에 관한 이야기예요👸🏻

“두 여왕이 있었다.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 튜더. 한 여인은 태어난 지 6일 만에 스코틀랜드 여왕이 되었다. 다른 여인은 왕자가 아닌 공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외면받았다. 한 여인은 호화로운 궁중에서 자라 스코틀랜드의 여왕과 왕비가 되었다. 다른 여인은 세 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에 의해 참수당하고 스물다섯 살에 마침내 잉글랜드 왕위에 오를 때까지 줄곧 감시와 위협 속에서 살았다.”
- 지나 오, <오페라의 여인들> 중

앞서 잠시 소개했던 헨리 8세는 이혼 후 앤 불린과 재혼했지만, 앤은 왕자가 아닌 공주, 엘리자베스를 낳았고 이렇게 그는 출생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돼요. 반면 메리 스튜어트(마리아 스투아르다)는 태어나자마자 스코틀랜드의 왕좌를 이어받았고, 프랑스의 왕비가 되죠. 불공평하리만큼 달랐던 이 둘의 운명은 곧 완전히 뒤바뀌는데요🫢 평생 정통성이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던 엘리자베스에게 메리는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되었고, 이후 메리는 엘리자베스 여왕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어 마흔다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처형됩니다.

두 세대에 걸친 영국 왕조의 갈등은 많은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메리의 이야기는 슈만, 도니제티, 카리시미 그리고 바그너의 손에서 재탄생되었어요. 이중 도니제티는 메리에 앞서 처형된 앤 불린의 불행한 삶과 엘리자베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로베르토 데브뢰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도 씀으로써 흔히 ‘여왕 3부작’이라고 불리는 오페라 시리즈를 완성합니다. 그가 이탈리아 작곡가였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당시 영국 왕조의 이슈가 전 유럽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렀는지 짐작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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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M.Sop Jina Oh

Q. 책에 등장한 여인들 중에 개인적으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 혹은 애착이 가는 여인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A. 때에 따라서 가장 끌리는 여인은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책에서 10명, 사실은 "라보엠"의 조연 '무제타'까지 합쳐서 11명의 여인을 소개했는데요. 그중 작년에는 신데렐라에 가장 애착이 갔어요. 온갖 고난을 겪고 마침내 해피 엔딩을 맞는 게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로시니가 그린 신데렐라는 기존의 수동적인 신데렐라가 아닌 주도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인물인데다가 제가 로시니 콜로라투라에 자신이 있어서 더 끌렸답니다!

Q. 오늘 소개한 도니제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소개하면서 ‘두 여왕의 전투' 장면 때문에라도 공연 소식이 들리면 무조건 달려가서 봐야 한다고 말씀 주셨어요. 혹시 책에 소개된 다른 오페라 중에서도 꼭 열리면 꼭 봐야 하는 오페라가 있을까요? 

A. 마스네의 '마농'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마스네는 '주인공의 체형은 이래야 한다...'라고 구체적으로 스코어에 적어놓을 정도로 꼼꼼했던 작곡가에요. 섬세한 오페라를 높은 퀄리티의 프로덕션으로 제작하려면 많은 노고가 필요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가성비가 좋은 작품은 아닌 셈이죠. 그래서 더더욱 한국에서는 공연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일단 공연이 있으면 꼭 관람하시기를 추천드려요.

Q. 마지막으로 글리터에게 이 책을 110% 즐길 수 있는 저자의 추천 독서 방법을 소개해 주세요! 

A. 늘 영화를 볼 때, N차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비록 이번에 겨우 첫 책을 낸 초보 작가일 뿐이지만, 제 책이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서 생각날 때마다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 책 안에 풍부한 도판을 준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화가들이 그려낸 여인들을 비교해 보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표현되는지 차이를 짚어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고요. 

만약 어떤 특정한 여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면, 꼭 오페라라는 장르가 아니어도, 인문학적으로도 즐거운 읽을거리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오페라 부흥의 열쇠가 인문학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오페라가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과 관점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글리터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제가 준비한 '오페라의 여인들'이라는 정찬 중에서 어떤 코스가 구미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부디 많은 분들이 기쁘게 받아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