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오프닝 곡은 “무언의 반지”입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 로린 마젤이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명장면을 꼽아 가사 없이, 관현악곡으로만 구성한 곡이에요. '무언의'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이 오페라에는 가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곡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가능한 것은 캐릭터와 성격을 음악으로 묘사하여 마치 테마 음악 같은 역할을 하는 ‘라이트 모티브’ 덕분입니다. 바그너는 음악 외적인 것을 자신의 곡에 연결 짓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마다도 라이트 모티브를 배정했어요👀

음악의 제목을 볼 때면 “바이올린 협주곡 1번”처럼 악기, 곡의 종류, 곡의 번호로 이루어진 곡들이 있고 “이탈리아”처럼 음악 외적인 풍경이나 감정을 묘사하는 제목을 가진 곡들이 있습니다. 보통 전자를 절대음악, 후자를 표제음악이라고 하죠. 오늘의 메인 곡은 표제 음악의 또 다른 대가, 멘델스존의 "이탈리아"입니다.

Main Act

Mendelssohn: Symphony Op.90 No.4 Ita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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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ny Mendelssohn: 3 Songs: No.2 in G Major, Italien

이탈리아는 멘델스존뿐만 아니라, 당대 유럽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여행지였습니다. 유럽 문화의 발상지인 로마를 구경하는 일은 학문과 예술을 탐구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거든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 파니 멘델스존 역시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며 가곡 "이탈리아"를 작곡하기도 했는데요🤓 동생의 이름으로 출판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이 가곡을 부름으로써 역사에 파니 멘델스존이라는 이름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좋은 음악은 언젠간 꼭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멘델스존 남매와 사제지간이었던 괴테도 이탈리아와 연관이 깊습니다. 1774년, 25살의 나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괴테는 이후 부와 명예는 넘쳤지만, 작가로서는 침체기를 겪었어요. 문학적 창작력이 메말라가는 것을 느낀 괴테는 생일날 밤, 갑자기 이탈리아로 향합니다.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었기에 여행 가방과 손가방만 챙겨 떠났고, 심지어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장 필립 뮐러'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해요. 베로나, 베네치아, 로마, 나폴리 등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한 괴테는 2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머물며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기행문과 편지로 기록했고, 이를 모아 펴낸 것이 예술사에서 고전으로 손꼽히는 텍스트, 🔗"이탈리아 기행"입니다📚 괴테는 동경하던 땅에 첫발을 내디딘 자신의 감정을 "제2의 생일"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