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간절하게 바라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만큼 힘들 때가 있을까요? 피아니스트의 꿈을 위해 스스로 손가락 힘을 기르는 기구까지 발명하여 연습하던 슈만은 결국 손 부상으로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작곡가이자 지휘자 그리고 평론가를 겸임하며 평생을 음악과 함께했어요.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악기가 피아노였기에 초반에는 피아노곡을 유독 많이 썼는데요. 그러던 1840년, 슈만은 돌연 가곡 작곡에 돌입합니다. 이 해는 이후 '가곡의 해'로 명명될 만큼 120개가 넘는 많은 가곡이 탄생했어요🙌🏻

그 시작점에 있는 곡이 바로 “Liederkreis Op. 24”입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를 바탕으로 쓴 이 연가곡은 슈만 가곡 인생에 아주 중요한 곡이에요. 이후 독일 가곡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하나로 늘 꼽히는 작곡가가 되었거든요. 글릿에서도 자주 다룬 작곡가이자 메조소프라노 🔗폴린 비아르도에게 헌정된 곡이기도 한데요. 클라라와의 사랑이 한창 꽃필 때 작곡되어서 그런지 유독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는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Liederkreis Op. 24”로 시작해 봅니다👀

Main Act
Robert Schumann: Liederkreis, Op.39

슈만의 대표 연가곡을 떠올리면 아마 가장 처음에 손꼽힐 것 같은 "Liederkreis(리더크라이스)". 또 다른 대표 연가곡으로는 "여인의 사랑과 생애”, “시인의 사랑”이 있습니다. 슈만은 두 개의 리더크라이스를 작곡했고, Opening Act에서 소개한 Op. 24와 지금 소개할 Op. 39가 그 두 주인공이에요🤓 "Liederkries"는 노래라는 뜻의 'Lied'와 순환을 뜻하는 'Kries'가 합쳐져 그 자체로 '연가곡'을 의미하는데요. 그러니 '연가곡'이라는 제목의 연가곡이 두 개가 있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Op. 39 또한 Op. 24와 같이 '가곡의 해'인 1840년에 작곡되었어요. 단, 사랑을 노래하는 Op. 24와는 달리 Op. 39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죠.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바탕으로 하는 이 12개의 곡에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연가곡임에도 곡 순서에 따라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가곡은 보통 시의 내용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핵심인데요. 이 곡은 자연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서사보다는 묘사가 중점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는 노랫말을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 하나 더! 이 곡의 주제가 '자연'이라는 점은 슈만의 낭만주의적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에서는 자연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거든요. 이 때문에 미술계에서는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을 그리는 풍경화가 유행했고, 정원을 꾸미는 것이 새로운 취미로 각광받았어요. 유독 자연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쓴 슈만은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주자로 꼽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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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tor berlioz: Les nuits d'été "Le spectre de la rose"

슈만은 낭만주의 외에도 독일 예술가곡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가곡에서 반주의 역할은 단지 노래를 뒷받침하는 것에서 끝났지만, 슈만은 이 반주부를 마치 연주곡처럼 작곡함으로써 피아노와 노래를 서로 협업하는 관계로 발전시켰거든요✍🏻 물론 슈만 이전에 슈베르트, 그리고 베토벤이 있었고, 특히 베토벤은 "멀리 있는 연인에게"라는 연가곡을 써서 후대 독일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독일은 지금까지도 가곡으로는 명실상부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죠.

오랜 기간 독일의 음악적 숙적이었던 프랑스도 가곡만큼은 인정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슈만은 자신의 곡 "Liederkreis Op.24"를 프랑스 음악가인 폴린 비아르도에게 헌정하는 등 프랑스 성악계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프랑스의 가곡 역시 만만치 않게 뛰어난 업적을 세웠거든요!🍷

프랑스의 가곡은 흔히 '멜로디'라고 불립니다. 이것이 조금 더 대중적이고 가벼운 형태로 바뀐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샹송'이고요. 그렇다면 프랑스에도 여러 멜로디가 이어진 연가곡 형태의 작품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글리터에게는 익숙한 이름일 베를리오즈의 “여름 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프랑스 연가곡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이 곡을 기점으로 프랑시스 풀랑크, 가브리엘 포레와 같은 작곡가들이 프랑스 연가곡의 맥을 이어갔어요. 서정적인 독일의 연가곡과는 또 다른 매력의 프랑스 가곡. 정돈된 느낌보다는 번진 물감같이 어딘가 몽환적인 감상을 주는데요. 오늘 마지막 곡으로 준비한 베를리오즈의 "여름 밤" 중 2번 "장미의 정령"을  들으면 에디터가 이야기하는 이 '번진 물감'이라는 감상이 이해가 갈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