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이브에 집마다 다니며 캐롤을 부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수필집 <스케치북>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 어빙은 자신의 책에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크리스마스 날 밤 창문 밑에서 들려오는 합창단의 아름다운 캐럴 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이 합창단은 십여 명의 동네 사람들로 구성되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창문 밑에서 노래를 불렀고,

그 화음이 서투르긴 했어도 매우 아름다웠다

90년대생인 에디터 W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이런 영향을 받아 동네 교회에서 파견된(?) 캐롤단이 집집마다 방문하여 통기타 선율에 캐롤을 불렀다고 합니다🤶🏻 기쁜 날인 만큼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을 살피고 그 기쁨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겠지요.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온기가 커진다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하면 왠지 합창이 생각 나요. '코랄'이라고도 불리는 이 합창곡은 크리스마스 연주회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벅찬 음성으로 부르는 ‘할~렐루야!” 헨델의 "메시아"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대표적이죠. 오늘 Opening Act에서는 12월에 기악곡보다 합창곡이 더 많이 울려퍼지는 이유를 음악사적으로 되짚어볼까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기에 이날 성당과 교회에서는 교회력을 바탕으로 작곡된 미사, 예배 음악들이 울려 퍼지곤 합니다. 이러한 전례음악에는 주로 합창이 쓰였는데요. 성경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이를 보다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악이 아닌 성악을 활용해야 했고, 바로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이 만든 '인간의 목소리'만이 교회에서 울려 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합창 음악이 진정 꽃피운 시기는 거의 모든 음악 활동이 종교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바로크 시대였어요. 여러분이 잘 아는 작곡가 바흐가 바로크 시대 교회음악을 잘 설명하는 작곡가 중 하나이고요🙌🏻 바흐는 음악극인 오라토리오, 칸타타, 코랄 등 교회음악을 폭넓게 작곡했습니다. 약 200개의 칸타타, 2개의 수난곡 이외에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을 작곡했죠. 오늘날에는 ‘교회 음악가'의 개념이 축소되었지만, 교회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땐 꼭 합창곡을 부르는 것의 기원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Main Act

교회에서 찬송은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꽤 오랫동안 여성의 찬송은 금기시되었습니다. 높은 음역의 가수가 필요해서 고음역을 내는 남성 성악가인 카스트라토를 고안해 냈을 정도로 교회 안, 여성들의 목소리는 엄격하게 규제되었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성의 목소리는 물론, 여성 음악가들의 작품 또한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오늘 글릿이 소개하는 세 개의 음악은 모두 21세기 여성 작곡가의 작품으로, 이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품을 작곡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앞서 왜 크리스마스에 꼭 합창곡을 감상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죠? 크리스마스에 듣기 딱 알맞은 곡으로 준비했으니, 이제부터는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Errollyn Wallen: Peace on Earth

중앙아메리카의 벨리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에롤리 월렌은 오르간과 교회 합창음악을 꾸준히 작곡해 왔어요. 그런 그가 2020년 발매한 “Peace on Earth”는 캐롤 앨범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에 평화가 가득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아픈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심지어 가족끼리도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시기였잖아요. 월렌이 캐롤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그는 캐롤의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함께 부르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2020년으로부터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코로나 시기에 작곡된 음악들은 어떻게 기억되고 해석될까요?

Reena Esmail: We Look for You

Judith Weir: My Guardian 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