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지난달, 해방 이후 한국 현대 시의 계보를 이은 김남조 시인이 별세했습니다. 살아있는 기록이자 개척자인 만큼, 곳곳에서 추모하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시가 많아 ‘사랑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남조 시인은 <겨울 바다>, <사랑, 된다>와 같은 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시인으로 활동한 기간만큼이나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요. 무려 900개가 넘는 시 중에서도 <그대 있음에>는 가수 송창식이 동명의 노래에 가사로 활용하여 대중에게도 깊이 각인된 작품이에요✍🏻

<그대 있음에>의 첫 구절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 잡게 하라”는 언제 들어도 든든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텅 빈곳을 채워주고 위로해 주는 것, 어쩌면 '시'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여러분에게 따뜻한 시와 한국 가곡을 하나 소개하려고 해요. 이들을 잊은 글리터들에게 멋진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 있음에
김남조 지음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Main Act

👏🏻👏🏻 오늘의 메인 연주는 베이스 박종민이 부르는 김순애의 "그대 있음에" 였습니다!

음악에 목소리를 담다;

1920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김순애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찬송과 오르간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해요. 선교사들을 통해 영어와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가의 꿈을 키운 그는 이화여전 피아노과에 진학하는데요. 당시 작곡과 교수였던 김세형의 영향으로 작곡과로 전과한 김순애는 졸업 후, 미국 이스트만 음악대학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하나 더! 당시 이화여전에서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던 김세형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가곡 작곡가랍니다.

그렇게 서양에서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은 최초의 여성 작곡가가 된 김순애. 그가 가장 애정한 장르는 가곡이었습니다. 60여 년간 무려 100여 편의 가곡을 작곡했죠. 김순애의 가곡을 향한 사랑은 '시'에서 출발했는데요. “작곡은 크고 작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에 있다”라며, 우리의 시를 근거로 한 가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 이를 통해 작곡가와 청자가 소통함으로써 서양 음악의 답습이 아닌 우리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인지 박목월, 김영랑, 김소월과 같이 대중들이 사랑하는 시인의 작품에 음악을 즐겨 붙였습니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만 해도 가곡 발표회에는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어요. 한편, 오늘날의 가곡 발표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에디터들은 우리의 가곡이 예전의 위상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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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터라면 익숙할 독일의 예술가곡(Lied)이 오페라 아리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텍스트가 '시'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에요. 예컨대 슈베르트는 괴테, 하이네 등의 작품을 바탕으로 여러 가곡을 작곡했죠. 한국 가곡 역시 김순애의 가곡처럼 시에 곡을 붙인 형태인데요. 한때는 유행했던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교과서 밖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 가곡들은 왜 자취를 감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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