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작곡, 그 남자 편곡

#비제 #아를의 여인

2023. 10. 20.

🌜 그 남자 작곡, 그 남자 편곡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bbc korea

오늘 연주 한번에 듣기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Vikingur Olafsson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ach: Goldberg Variations)

슬슬 연말 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에디터들이 가장 기대하는 연말 일정은 바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내한입니다. 올라프손은 오는 12월 15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인데요🎹 이날 일정이 있으시거나, 아직 연주자가 낯설어 선뜻 공연에 가기 망설여지는 분들은 이번 신보를 대신 구매하셔도 좋겠습니다. 이미 몇 년 전, 바흐 피아노 작품 편곡 음반으로 각종 음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가 이번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했거든요. 올라프손은 직접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을 쓰는 등 자신만의 해석을 음반으로 선보였는데요. 에디터는 공연에 앞서 음반을 구매해 들어볼 계획이랍니다!💸

Main Act

George Bizet : L'Arlésienne Suite No.1

👏🏻👏🏻 오늘의 메인 연주는 비제의 "아를의 여인 제1모음곡"이었습니다!

아마 비제의 대표작을 꼽아보라면 많은 분이 오페라 “카르멘”을 이야기하실 것 같아요. 글릿도 몇 년 전 뉴스레터에서 비제의 카르멘을 다룬 적이 있었죠💃🏻 오늘은 그 못지않게 잘 알려진 작품, "아를의 여인 제1모음곡"을 소개하고자 해요. 워낙 유명한 음악이다 보니 귀에는 익지만, 실은 알퐁스 도데 원작의 연극을 위해 쓰인 부수음악이었다는 점은 낯설 것 같아요.

알퐁스 도데는 당대에도 명성 있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였지만, "아를의 여인"만큼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원래 일정보다 빠르게 상연이 종료되는 등 기대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에 따른 부수 음악 역시 별다른 입소문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이 곡이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원 작곡가인 비제의 안목이 큰 역할을 했어요. 비제는 연극에 쓰인 총 27곡 중 4곡만을 발췌하여 관현악곡인 '제1모음곡'을 만들었습니다.

알퐁스 도데, "아를의 여인";

프로방스의 아를 지역, 부유한 농가의 아들 프레데리는 투우장에서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프레데리의 가족은 여인의 소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고, 결국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비베트와 약혼을 하게 된 프레데리는 식장에서 그 여인을 마주한다.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프레데리는 그 자리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의 가족은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긴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원작인 도데의 희곡은 그다지 복잡하거나 깊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를(Arles)이라는 도시를 특유의 서정적인 묘사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아요. 아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도 같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모두 접하는 프로방스 지역에 위치한 아를은 예로부터 아름다운 도시로 잘 알려졌어요.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Caesar)가 세운 도시인 만큼 고대 유적을 대부분 유지했거든요. 이러한 유적들은 아를 특유의 독특한 정취를 만들어 냈고, 그런 만큼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았죠👩🏻‍🎨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고흐의 대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또한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답니다!

More...

L'Arlésienne Suite No. 2 - Menuet

제1모음곡인 만큼, 제2모음곡도 있겠죠.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은 귀로의 작품입니다. 파리 음악원의 교수직을 맡고 있던 어니스트 귀로(Ernest Guiraud)는 비제의 “카르멘”에 레치타티보를 붙인 사람이기도 한데요. 오늘 소개한 "아를의 여인 모음곡"처럼, 카르멘에도 두 가지 버전이 있어요✌🏻 하나는 노래 이외의 대사가 단순 대사로 처리되는 버전이고, 하나는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레치타티보'화 된 버전이죠. 레치타티보는 오페라에서 쓰이는 노래 스타일의 하나로, 선율이 우선시되는 아리아와는 달리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불러 대사의 전달에 중점을 둡니다.

보통의 오페라가 레치타티보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카르멘의 버전이 대사와 레치타티보, 두 버전으로 나뉘는 것은 바로 프랑스의 희가극 전통 때문이에요. 간단한 연극에 노래를 붙이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인지 전통 오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대화를 포함하는 장르이기도 하죠. 원래 희가극의 전통에 따라 '대사 버전'으로 작곡되었던 오페라 "카르멘"은 비제 사후, 귀로에 의해 "레치타티보 버전"으로 재탄생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작곡가이자 친구로서 비제에 대한 이해가 출중했던 그는 비제 사후 4년 후, "아를의 여인 제2모음곡"을 발표하였죠. 다시 말해 작곡가 비제, 편곡가 귀로인 셈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더 많이 연주되는 곡은 바로 "제2모음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