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Muddy Waters: Mannish Boy

지난해 2월, 머디 워터스의 <Hard Again>이 발매 45주년을 맞이하여 2,500개 넘버링 한정판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시카고 블루스의 창시자인 머디 워터스는 록 음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블루스는 19세기 중엽쯤 미국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창시한 장르 혹은 음악적 형태를 의미해요. 사실 창시라고는 하지만, 이전부터 미국 내 흑인들이 자주 불러왔던 구전 음악과 가스펠 적인 요소가 섞여 있죠🗣️ 이처럼  흑인의 음악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블루스, 재즈, 힙합 등을 떠올립니다. 물론 최근에는 인종/성별에 따른 음악의 구분이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정형화되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오늘 메인 액트에서 소개할 영화 "그린북"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돈 셜리 역시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Main Act

👏🏻👏🏻 오늘의 메인 연주는 Don Shirley가 연주한 "How High The Moon" 이었습니다!

1962년 미국,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토니 발레롱가와 최고의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남부 투어를 떠납니다. 남부의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탓에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 것인데요. 취향부터 말투, 생각까지 모두 다른 이들은 위험천만한 음악 투어를 다니며 모든 걸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을 쌓습니다🚗

영화가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까닭은 실화에 기반했기 때문일 거예요. 특히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2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8세의 나이에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했을 정도로 클래식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흑인이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레이블은 팝과 재즈에 집중하도록 조언했고, 그렇게 재즈로 방향을 튼 그는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최정상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미국 순회공연을 다니기에 이릅니다.

💡하나 더! 영화의 제목인 “그린북”은 당시 미국에 실제로 존재했던 여행 책자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원제: "흑인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The Negro Motorist Green book)"). 책은 흑인이 출입할 수 있는 주유소나 숙소, 식당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존재 자체로 차별의 증거인 이 책에 대해 당시 CBS에서는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을 겪은 여행 세대를 위로했다.”라고 소개했죠.

영화가 끝난 뒤...

"그린북"이 개봉한 뒤, 영화는 뜻밖의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셜리의 유가족이 이 영화가 발레롱가의 시선에 치우쳐 있다고 항의했거든요. 유족은 둘이 우정을 나눈 친구보다는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였고,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셜리는 화목한 가정생활을 했다고 주장했어요😡 여기에 "그린북"의 감독이자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더해져 영화는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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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Shirley - Orpheus in the Underworld

"그린북"은 클래식 음악이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당대의 사회상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디터가 꼽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돈 셜리가 쇼팽 에튀드 Op. 25, No. 11 “겨울바람💨”을 연주한 순간이에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연주할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셜리는 인근 레스토랑을 찾는데요🪟 재즈가 울려 퍼지고, 온통 흑인으로 가득 찬 그 식당에서 그는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합니다. 이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드디어 셜리가 자신이 연주하고 싶었던 클래식 곡을 연주했기 때문일 거예요.

여기에 원래 연주하던 밴드가 즉흥 연주를 더하자 흑인과 백인, 재즈와 클래식 음악 등 자유를 가로막는 수많은 구분들은 음악 속에서 희미해져 갑니다. 연주에 압도된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고,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도 ‘비로소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 저작권 문제로 연주를 직접 뉴스레터에 넣을 수는 없지만, 🔗간단한 클립을 찾아서 공유해요!

오늘의 마지막 연주로 소개할 돈 셜리의 1956년 음반 " 지하의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직접 쓴 피아노 모음집입니다. 클래식 작곡가들이 신화를 기반으로 작품을 썼듯, 셜리는 이를 재즈로 해석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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